삼성 반도체 주역 권오현 "위기일수록 오너경영자 강력 리더십 필요"

입력
2020.07.28 14:4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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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뒤처진 건 전문경영인의 결단 부재 탓"

권오현(오른쪽)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28일 사내 방송을 통해 방영된 인터뷰에서 진행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권오현(오른쪽)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28일 사내 방송을 통해 방영된 인터뷰에서 진행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어려운 시기일수록 제일 중요한 건 강력한 리더십입니다. 최고경영자층의 결단과 리더십이 앞으로도 반도체 사업에 필요할 겁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 권오현(68) 상임고문이 회사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비결로 오너 경영자들의 결단과 리더십을 꼽았다. 내처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정상에 오르겠다는 회사의 비전 달성 여부 역시 오너 역할에 달렸다는 견해를 밝혔다.

권 고문은 28일 삼성전자 사내 방송을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나도 전문경영인 출신이지만 (전문경영인은)불황에 '몇 조 투자하자'고 말하기 쉽지 않다"며 "전문경영인과 최고경영자(오너 경영자)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반도체 전쟁' 등 경영 환경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회사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 및 수사를 속히 마무리짓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는 사내 호소를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1992년 삼성전자가 당시 개발팀장이던 권 고문 주도로 세계 최초 64메가(M) D램 시제품을 생산한 8월 1일을 기념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삼성이 반도체(사업)를 한다는 자체가 난센스 같은 일이었다"며 "이병철 (선대)회장님이 (사업을)하겠다 선언하고 이건희 회장님이 지속적인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세계 반도체 선두주자였던 일본과도 비교했다. 그는 "(반도체)기술 수준이 높던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맞은 건 투자 시점을 잘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100% 전문경영인 시스템이라 빠른 결정을 못했고 (업계) 불황일 때 투자하자는 말을 못했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2012~17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을 맡아 반도체 사업을 총괄했고, 17~18년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미래 기술 개발을 관장했다. 그는 회사 반도체 사업의 향방에 대해 "'지금까지 성공해왔으니 그대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재고해야 한다"며 "우리가 기준점을 세팅(설정)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85년 삼성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해 35년간 근무한 권 고문은 후배들에게 "새로운 시대는 굉장히 다이내믹하기 때문에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세상의 트렌드를 잘 보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접근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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