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기습 폭우에 부산이 당했다…3명 사망, 이재민 50여명 발생

입력
2020.07.2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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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지하차도서 빠져 나오지 못한 3명 숨지고

만조 시간 겹치면서 하천 범람해 이재민도 발생?
울산서도 불어난 하천 급류 휩쓸려 1명 실종

23일 밤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부산소방재난안전본부 제공.

23일 밤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부산소방재난안전본부 제공.

부산이 한밤에 쏟아진 시간당 최대 80㎜ 이상의 폭우에 당했다. 만조 시간까지 겹친 시각에 도심 곳곳이 물바다로 변해 불어난 물에 침수된 지하차도에서 3명이 숨졌다. 이재민 50여 명이 발생했다.

또 산사태가 일어났는가 하면 옹벽 붕괴나 주택과 지하차도, 차량 등의 침수 등으로 70여 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기차와 전철 등의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집중호우의 시간당 강수량이 1920년 이래 10번째로 많아 피해가 컸다. 24일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3일 밤부터 해운대 211㎜를 비롯해 기장 204㎜, 동래 191㎜, 중구 176㎜, 사하 172㎜ 등을 기록했다.

부산의 모든 전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 피해 등이 속출한 것이다.

23일 오후 10시18분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차량 7대가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잠겼다. 길이 175m 가량인 이 지하차도에는 차량 6대에 9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중 3명이 숨지고 6명은 구조됐다. 당시 인근 도로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 물은 진입로 높이 3.5m인 지하차도를 한때 가득 채웠다.

119 구조대원은 이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익수 상태의 60대 추정 남성과 20대 여성을 발견,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5시간 가량 후인 24일 오전 3시 20분쯤에는 같은 지하차도에서 배수작업을 진행하던 중 숨져 있는 50대 남성을 추가로 발견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23일 오후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이 집중호우로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호우경보가 내려진 23일 오후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이 집중호우로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비슷한 시각 인근에 있는 지하철 부산역에도 도로에서 불어난 물이 지하에 있는 역 안 승강장까지 쏟아져 들어가 승객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동차는 한 때 침수된 부산역을 무정차로 통과해야 했다.

축대 붕괴와 산사태 등도 잇따랐다. 24일 0시쯤에는 금정구 부곡동 한 아파트 인근의 축대가 무너지면서 20톤 가량의 토사가 아파트 쪽으로 흘러 내렸고, 앞서 오후 9시45분쯤에는 기장군 동부리 한 이면도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1명이 구조됐다. 이 보다 다소 앞선 시각에는 수영구 광안동에서 옹벽이 무너져 주택 3채를 덮쳤다. 다행히 주택에 있던 2명은 구조됐고 인근 주민은 긴급 대피했다. 비슷한 시각 남구 용당동 미륭레미콘 앞 도로가 맞은 편 야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통제됐고, 중구 배수지 체육공원 담벼락이 넘어져 주차 차량 4개가 파손됐다.

폭우에 만조시간까지 겹치면서 도심하천이 범람, 이재민까지 발생했다. 시간당 최대 80㎜를 이상의 폭우가 만조시간(오후 10시 32분)과 겹쳐 내리면서 침수 피해가 더 커졌다.

오후 9시 28분쯤 동구 도시하천인 동천이 범람했다. 폭우와 함께 만조시간이 겹치면서 불어난 물이 하천 주변으로 넘친 것이다. 이 여파로 인근 범일동 자성대아파트가 침수되면서 주민 3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수정천도 범람, 주변 상가나 주택이 침수 피해를 당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23일 밤 부산 연산동 홈플러스 인근 도로가 침수된 모습.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23일 밤 부산 연산동 홈플러스 인근 도로가 침수된 모습.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부산시의 집계에 따르면 폭우에 발생한 이재민은 동구가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영구 8명, 남구 6명, 기장군과 중구 각각 1명씩 모두 59명이다.

열차 운행 중단과 차량 침수도 속출했다. 동해남부선 선로도 침수돼 부전∼남창 구간 무궁화호 열차, 신해운대∼일광 구간에서 전철이 각각 운행 중지됐다가 24일 오전 6시부터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부산 곳곳에서 침수된 차량은 141대인 것으로 파악됐고, 24일 오전 5시 기준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모두 209건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23일 오후 8시 내려졌던 부산의 호우경보는 24일 오전 0시 30분 해제됐다.

울산에도 최대 215.5㎜의 폭우가 쏟아져 1명이 실종되고 토사 유출과 침수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23일 오후 10시 42분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위양천 인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 2대가 불어난 하천 급류에 휩쓸렸다. 차량 2대는 형제가 각 운전하고 있었는데, 동생은 간신히 탈출했으나 60대인 형은 급류에 휩쓸린 차량과 함께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구 현대미포조선 인근 방어진순환도로에서는 토사가 쏟아져 흘러 현재까지 양방향 도로가 통제되는 등 울산소방본부에 침수, 배수 지원, 차량 고립 등의 비 피해 신고가 44건 접수됐다.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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