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을 주저앉히기를 원하는가

입력
2020.07.22 04:30
26면

美 주류 국방담론, 중국 목표로 재편
바이든 당선, 대중 견제압박 거셀듯
美 정책변화에 맞춘 역할 설정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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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안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의 발언이나 볼튼 자서전에 이어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들이 현실화되었을 때 세계 안보가 어떤 모습을 띨지 상상도 어렵지만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다. 안보 위협이 증가하면 동맹이 강화되는 것이 상식인데, 미국은 중국의 안보 위협이 증가한다고 강조하면서 동맹의 중요성을 격하시키고 경제적 비용의 관점에서 동맹을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500명의 주독 미군 철수를 결정했고, 19년에 걸친 최장의 전쟁터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대선 이전 미군 철수를 계획 중이다. 아시아 지역 안보에 대한 명확한 전망이 없는 주한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은 물론 지역 전체에 심각한 의구심을 안겨줄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는 줄곧 있어온 의제지만 트럼프 정부하 주한미군 문제는 안보정책의 문제가 아닌 협상의 대상으로 격하되고 있다.

그러나 동맹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미국이 있다.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안보 위협에 대해 차근차근 방위 태세를 높이는 주류 국방담론이다. 미국방부는 재작년 인도태평양안보전략과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을 내놓았고 지난 주 이 전략들과 에스퍼 국방장관 취임 1년 성과를 분석하는 문서를 출간했다. 강조점은 단연 중국이다. 다수의 문서를 통해 중국의 위협을 강조해온 미국이었지만, 중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구체적으로 재확인하고 있다.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은 규칙기반질서를 저해하는 위협 세력으로 중국에 대한 총체적 대응을 미국방부의 최우선 임무로 설정하고 있다. 5G는 물론이고, 인공지능, 극초음속, 양자컴퓨터 등 최첨단 기술 발전, 그리고 육해공과 사이버, 우주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영역작전(all-domain operations)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국방대학교 교육과정 절반 이상과 각 군의 교육, 훈련을 중국 목표로 재편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동맹 재편의 방점도 중국에 가 있다. 한국에 고민을 안겨주는 부분은 방위비 협상의 대상으로서 주한미군이 아니라 중국을 상대로 총체적으로 재편되는 미국의 동맹 정책이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한미동맹에 대한 평가는 높아지겠지만 미국과 함께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자는 압박은 더 체계적이 될 것이다.

미국의 두 얼굴을 보면서 한국이 물어야 하는 질문은 미국의 대중 전략의 최종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을 주저앉히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중국의 발전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이 되지 않는 선에서 중국의 강대국화를 독려할 것인가. 한국의 목표는 한국이 원하는 가치가 실현된 동아시아, 세계 질서 속에 미중이 군사적 충돌을 피하며 협력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은 무역ㆍ기술ㆍ정치 등 전방위 압박을 시도하며 심지어 중국과 탈동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면 충돌과 배타적 진영화로 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히려 미국 패권하에서 조성된 과도한 세계화와 미중 간 상호 의존을 조정하는 국면이다. 중앙대 이승주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현 단계는 미중 간 '상호 의존의 무기화'를 넘어 '관리된 상호 의존'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한국은 미국의 대중 군사정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시하면서 궁극적으로 미국의 최종 목적이 어디를 향하는지 주시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중국을 적대시하거나 미중 간 탈동조화 물결 속에 좌초되지 않도록 미중 상호 의존의 새로운 관리체제에 도움이 되는 역할 설정을 시도해야 한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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