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맞아줘야?" 신발에 계란, 커터칼… 대통령 '투척사(史)'

입력
2020.07.21 11:35
주로 대선 후보 시절이나 퇴임 후 '계란 세례' 당해
웃어넘긴 노무현, '계획 범죄' 주장  YS 등 반응 갈려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이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나오자 한 시민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규탄 발언 후 던진 신발이 본청 앞 계단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뉴시스

제21대 국회 개원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 한 짝이 날아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신발에 맞지는 않았으나,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죠.

국가 의전서열 1위인 현직 대통령이 이런 수난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국회의원ㆍ대선 후보 시절이나 혹은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물건 '투척'을 당하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는데요. '거물' 정치인이라면 뗄레야 뗄 수 없는 계란 봉변이 대표적이었죠. 과연 대통령들은 자신을 향해 날아든 온갖 물건들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계란 4번 맞은 盧 "정치인, 한번씩 맞아줘야"

2002년 11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참석자가 던진 계란을 맞고도 연설이 이어가고 있다.(왼쪽 사진) 2009년 4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노 전 대통령이 탑승한 버스가 들어서는 가운데, 누군가 던진 계란이 버스에 부딪쳐 터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알려진 것만 무려 네 번이나 계란을 맞았습니다. 1990년 부산역 앞 시민집회에서 '3당 합당'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날아든 계란이 처음이었죠. 민주당 고문시절인 2001년 5월에도 대우차 부평공장을 방문했다가 계란 세례를 받았어요.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2002년 11월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연설을 하는 도중 참석자가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았는데요, 계란을 맞고도 연설을 이어간 노 전 대통령은 "달걀을 맞아 일이 풀리면 얼마든 맞겠다"는 말을 남겼죠.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한번씩 맞아줘야 국민들 화가 좀 안 풀리겠나"라고 재차 웃어넘겼습니다. 퇴임 후인 2009년 4월 소환조사를 향해 대검찰청으로 향하던 노 전 대통령이 탄 리무진 버스에 신발 한 짝과 계란이 날아오기도 했죠.

2007년 12월 3일에는 당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기 의정부 중앙로에서 유세차에 오르던 중 허리 부근에 계란을 맞았습니다. 스님 복장을 한 50대 남성은 이 전 대통령에게 계란을 던지곤 "부패하고 정직하지 못한 이명박 사퇴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리다 체포됐어요.

'페인트 계란'에 분개한 YS "살인적 행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6년 6월 3일 김포공항 국제선 제2청사에서 환송객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페인트달걀 세례를 받고 당황해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영삼ㆍ전두환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계란 투척을 당해야 했습니다. 1999년 6월 3일 퇴임 후 일본으로 첫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 나왔던 김 전 대통령은 한 70대 재미교포가 'IMF 사태'를 항의하려 던진 계란에 이마를 맞았어요. 계란에 빨간색 유성 페인트가 들어 있던터라 김 전 대통령은 얼굴과 상의가 붉게 얼룩진 채 황급히 자리를 피해야 했죠. 김 전 대통령은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계획적ㆍ살인적인 행위”라며 테러설을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박씨를 구속, 배후를 조사했으나 결국 단독범행으로 결론짓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마무리됐어요.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8년 11월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열린 '국난극복 참회 대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인 이순자 여사 등 일행과 함께 광주공항에 도착, 차량을 타고 정문을 빠져나가다 20~30대 청년 5, 6명에게 날계란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로도 광주 5ㆍ18 민주화운동주 단 한 마디의 사죄도 하지 않은 전 전 대통령은 올해 4월에도 광주법정에서 나오는 길에 계란과 물병 등이 날아든 바 있어요.

박근혜 '커터칼 피습'… "대전은요?"

한나라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2006년 5월20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 유세장에 지지방문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50대 남성이 휘두른 15㎝ 길이의 문구용 커터칼에 얼굴을 다쳐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은 사진을 공개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인명 피해는 적지만 시각적 효과가 커 주로 쓰이는 계란과 물병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물리적인 피습을 당한 전직 대통령도 있어요. 2006년 5월 20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 유세장에 지지 방문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은 50대 남성이 휘두른 15㎝길이의 문구용 커터칼에 얼굴을 다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당초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오세훈 후보를 노렸다고 경찰에서 밝히기도 했어요.

피습 사건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병상에서 "대전은요"라고 지방선거 판세를 물었다는 일화가 공개되며 동정 여론이 크게 일었어요. 당시 야당 후보가 우위를 보이던 대전시장 선거까지 뒤집어지며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습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선거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붙을 때 언급되는 사례이기도 하죠.

대선 후보와 대통령은 달라… '경호 공백' 우려도

국회 경비경찰이 16일 오후 정모씨가 국회 개원식 참석을 마치고 돌아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던진 신발을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현직 대통령은 경호 및 경비 병력의 차원이 다른만큼 이번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신발 투척'을 과거 전직 대통령들의 사례와 비슷하게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반인이 국회 경내에서 대통령에게 접근해 위협을 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경호 부실'이 아닐 수 없다는 목소리인데요. 청와대는 그 동안 이른바 열린 경호로 국민과 소통을 해왔다지만 이번 사건으로 경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겁니다.

한편 문 대통령에게 신발을 투척한 된 정창옥(57)씨는 2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개원식 방청이 불허돼 허탈한 마음으로 주변을 맴돌다가 우연히 기회가 다가왔다"고 주장했는데요, 계획적 범죄가 아니었다는 것이죠.

다만 경찰에서는 “(정씨가)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이 상당히 계획적”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관련 수사는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전혼잎 기자
케이스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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