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숙성, 깊어진 크라잉넛이 왔습니다"

입력
2020.07.16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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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25주년 베스트 앨범 내는 밴드 크라잉넛
"코로나19로 힘들어도 우리 음악으로 힘내길"

크라잉넛의 이상혁(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윤식, 김인수, 한경록, 이상면. 드럭레코드 제공

크라잉넛의 이상혁(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윤식, 김인수, 한경록, 이상면. 드럭레코드 제공


“고등학생 때 합주실에 모여 각자 악기를 연주하는데, 그게 음악이 된다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어요. 한 곡 전체도 아니고 일부분만 연주했는데 말이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저희에겐 음악이 최고의 놀이입니다.”(베이시스트 한경록)

14일 서울 서교동 작업실에서 만난 록 밴드 크라잉넛 다섯 멤버들은 “음악이 재미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직업으로도, 취미로도 음악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는 것. 이들이 25년간 한결같이 무대 위를 지키며 국가대표급 록 밴드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다.

이들은 내달 16곡이 담긴 베스트 앨범을 낸다. 9월 19일에는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단독 콘서트도 연다. 베스트 앨범이지만 기존 곡을 다시 수록하지 않고 모든 곡을 다시 녹음했다. 이 중 ‘좋지 아니한가’ ‘밤이 깊었네’를 최근 먼저 공개했다. 원곡과 큰 차이는 없는 편곡이지만 25년의 관록이 묻어나는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공연에서 자주 연주했던 곡들이지만 다시 녹음하니 깊이 들어가서 듣게 되더라고요. 코로나19 덕도 봤어요. 공연을 못하게 됐으니까요. 사실 15주년 때 베스트 앨범 한 번 내려고 설문조사까지 했었거든요. 그 때는 너무 바빠서 못 냈어요. 이번 베스트 앨범 수록곡 정할 때 그 당시 설문을 참고했죠. 이번 녹음 때 편곡을 많이 하진 않았어요. 처음 녹음했을 때가 풋풋했다면, 이번은 숙성된 느낌이랄까요.”(멤버들)

알려졌다시피 크라잉넛은 중학교 동창인 한경록, 박윤식(보컬), 이상면(기타), 이상혁(드럼)이 1995년 홍익대 인근 라이브 클럽 ‘드럭’ 오디션에 합격하며 출범했다. 이상면은 “처음 합주할 때만 해도 우리가 언젠가 프로 연주자가 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크라잉넛이었는데, 1999년 아코디언 연주자 김인수 영입 이후 21년간 멤버 변동 한 번 없이 무대를 지켜오고 있다.

예년 같으면 지금도 각종 페스티벌과 단독 콘서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하지만 코로나19로 지난 2월 이후 모든 공연이 중단됐다. 데뷔 이후 가장 힘든 시기다. 이상혁과 한경록은 “다른 밴드는 물론, 우리끼리도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선 일부러 얘기하지 않는다"며 “관객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인지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5년간 위기 한 번 없이 끈끈한 팀워크를 이어온 원동력은 뭘까. 모든 것을 함께 의논해서 결정한다는 '팀 플레이'를 들었다. “축구팀으로 치면 마라도나, 메시가 팀을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멤버 전원의 팀 플레이를 합니다. 결정할 게 있으면 회의를 해서 모두 함께 결정해요. 버는 것도 함께 나누고요. 티격태격 할 때도 있죠. 하지만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기발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왔어요.”(멤버들)

얼마 전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덕도 봤다. 그 드라마에서 ‘밤이 깊었네’가 나오면서 10, 20대 팬이 부쩍 늘었단다. “요즘 세대도 우리를 좋아해준다는 게 신기하다”면서도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우리만의 음악을 했기에 촌스러운 느낌이 덜하다고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크라잉넛은 스스로를 ‘현재 진행형 밴드’라 정의했다. 군복무 때도 군악대로 함께 뭉쳐 연주했을 만큼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밴드 활동을 이어왔다. 25주년을 기념하는 건 그래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한경록은 “수영장으로 치면 반환점에서 턴하면서 다시 한번 힘차게 박차고 나가는 느낌”이라며 “모두가 어려운 시기지만 우리 음악으로 한번쯤 웃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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