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감염병연구소, 큰 그림 필요하다

입력
2020.07.15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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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대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높지만 "바이러스 2차 대유행기가 덮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 뉴스를 접할 때마다 관련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과 사명감을 함께 느낀다.

최근 정부는 국립감염병연구소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전(全) 주기적 감염병에 대한 연구개발 수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전체 역할과 조직 구성에 대한 그림은 신중하게 그려야만 한다. 이를테면 현재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병원체 전체가 아니며 언젠가 신종 병원체가 출현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와 관련,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본 연구소는 그동안 코로나바이러스는 물론 살인진드기바이러스, 브루셀라 등 인간과 동물 양쪽에서 나타나는 전염병뿐 아니라 아프리카돼지 열병과 같은 국가 재난형 동물 전염병 연구를 묵묵히 수행해오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야생동물이 최초 전파원일 수 있다는 과학적 가설 측면에서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의 역할과 존재는 필수불가결하다.

또 코로나19가 동물을 통해 주변을 지속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인간과 동물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원 헬스케어(One-healthcare)'는 매우 중요하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다양한 정부 부처가 함께 참여해 감염병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원 헬스케어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의 설립 취지와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근시안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도 인수공통감염병을 연구하니,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부처 이관(교육부→질병관리청)해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유치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마치 코로나연구소로 착각하는 듯하다. 감염병과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코로나 이외에도 언제든 인류를 공격할 수 있는 병원체가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범부처적인 다양한 병원체를 연구하고 후학을 위한 교육을 담당하는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의 존재 이유는 이처럼 명확하다. 그런데도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닫고 국립감염병연구소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이런 전제 조건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팬데믹 시대 연구생태계에 필수적인 연구 기관이다.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국립감염병연구소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에 대한 상생의 큰 그림을 제대로 그려 추진할 때 질병 예방과 인류 복지라는 본연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범석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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