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디자이너 "히잡은 패션, 오해 풀고파"

입력
2020.07.23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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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히잡은 00이다

편집자주

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첫 자카르타 특파원과 함께 하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 통일)'의 생생한 현장.

인도네시아에서 손꼽히는 히잡 디자이너 리아 미란다씨. 남부탕에랑=고찬유 특파원

인도네시아에서 손꼽히는 히잡 디자이너 리아 미란다씨. 남부탕에랑=고찬유 특파원

인도네시아 유원지나 지하철(MRT)에선 가끔 강렬한 원색 히잡을 쓴 무리를 볼 수 있다. 우리 식으로 계원들이 나들이용으로 맞춰 입은 일종의 단체복이다. 히잡은 빈부격차를 드러내기도 한다. 보자기를 두른 듯 평범한 히잡이 주류지만 한 땀 한 땀 금실로 수놓은 고가 제품도 눈에 띈다. 최근 10년간 인도네시아에서 히잡은 용도와 디자인 면에서 한층 풍성해졌다. 다시 히잡을 쓰는 여성도 덩달아 늘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히잡 르네상스'를 주도했다. 자신의 이름을 상표로 내건 리아 미란다(35)씨는 현지 언론이 주목하는, 손에 꼽히는 히잡 디자이너다. 2017년 한국에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수도 자카르타와 맞붙은 반텐주(州) 남부탕에랑(탕거랑)시 주택가에 위치한 리아 미란다 본사를 찾았다. '히잡 전도사' 리아씨조차 "성인이 되기 전까지 히잡을 쓰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쪽 남부탕에랑 주택가의 히잡 업체 리아 미란다 내부. 남부탕에랑=고찬유 특파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쪽 남부탕에랑 주택가의 히잡 업체 리아 미란다 내부. 남부탕에랑=고찬유 특파원


-히잡을 안 쓰다가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이슬람 율법의 영향력이 강한 서부수마트라 출신이지만 강요받지 않았다. 어머니 영향으로 20세 때부터 썼다. 당시(2005년)만 해도 히잡은 주로 중년 이상 여성들이 쓰는 걸로 여겨졌다. 너무 화려하거나 촌스런 색상이 많았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기왕이면 멋지게 쓰고 싶어서 2006년부터 디자인학교에 다녔다. 패션잡지 기자를 거쳐 2009년 회사를 설립한 뒤 직접 디자인하고 바느질해서 히잡을 만들었다."

-히잡을 쓰지 않는 무슬림 여성이 많다.

"2010년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리 회사의 주력인 밝고 엷은 빛깔의 은은한 파스텔 색조 디자인이 팔리기 시작했다. 튀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맵시를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을 알아본 것이다. 현재 24개 매장이 있고 올해 3개 더 생긴다. 엘자타, 샤스미라 등 새로운 업체들도 등장했다. 히잡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히잡 디자이너 리아 미란다씨가 자신이 디자인한 히잡을 소개하고 있다. 남부탕에랑=고찬유 특파원

히잡 디자이너 리아 미란다씨가 자신이 디자인한 히잡을 소개하고 있다. 남부탕에랑=고찬유 특파원


-히잡을 쓰면 답답하고 불편하지 않은가.

"착용 거부감이 덜한 편한 옷감들이 계속 나오고, 제작 기술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핀을 꽂지 않고 바로 착용할 수 있는 인스턴트 히잡도 만들고 있다. 레저용, 스포츠용, 사무용 등 다양한 활동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다."

-외부에선 히잡을 여성 억압의 도구로 바라본다.

"여성을 지키는 안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착용을 강제하는 일부 지역도 있지만 착용 여부는 여성의 자유다. 신앙의 의미가 담긴 패션의 하나로 보면 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히잡 착용이 오히려 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히잡 디자이너 리아 미란다씨가 선보인 히잡 작품들. 리아 미란다 제공

인도네시아 히잡 디자이너 리아 미란다씨가 선보인 히잡 작품들. 리아 미란다 제공


한국을 다시 찾을 계획인 리아씨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선보여 히잡에 얽힌 오해를 풀고, 히잡도 패션이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남부탕에랑=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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