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되돌아보는 한식문화

입력
2020.07.14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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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다.

정부의 효율적이고 투명한 방역 대책은 세계 각국에 우수 사례로 소개되며 K-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 와중에 때 아니게 K-푸드로 대표되는 한식 문화가 거론되고 있다. 한식 문화에서 찌개와 반찬을 한 그릇에 담아 나눠 먹는 것이 비위생적이고 때론 코로나19의 전파 경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전통 식습관이 전염병을 촉진하는 잘못된 문화였다니 일견 타당해 보이는 지적 같지만, 이는 식사문화가 변화해 온 과정을 잘 알지 못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족이 한데 둘러앉아 먹는 식습관은 일제강점기에 확산, 한국전쟁 이후 보편화해 지금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물자를 아낀다는 이유로 겸상을 장려했고, 실제 태평양 전쟁 이후 놋그릇 등이 전쟁 물자로 공출되면서 식기가 부족해졌다. 이후 해방이 되고 나서 한국전쟁 발발 후 극심한 식량 부족까지 겹치자 냄비밥 하나를 가운데에 두고 둘러앉아서 먹는 식사문화가 생겨났다. 이후 이러한 식습관이 우리의 오랜 전통처럼 여겨지게 됐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식문화는 각자 한상차림으로 식사하는 독상이 기본이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독상으로 식사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조선시대 전통 상차림은 일상식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대접받는 잔칫상에서도 혼자 상을 받는 독상으로 행해져 왔으며 19세기경에 와서야 겸상문화가 생겨났다. 1939년 조자호(趙慈鎬)가 쓴 조선요리법(朝鮮料理法)에는 “겸상은 갑오(1894) 이후에 생긴 것이고, 갑오 이전의 진짓상은 다 외상이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즉 우리의 전통적인 식문화는 1인 반상 차림을 기본으로 하는 위생적인 식문화였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일제강점기 등 어려운 시절을 거치면서 독상 문화는 사라지고 현재의 찌개와 반찬을 공유하는 식습관만이 고유의 문화인 것처럼 퍼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서는 식탁에 여럿이 둘러앉아 식사할 때 각자의 그릇에 음식을 덜어 먹으며 위생적인 식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코로나19로 한국 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와 시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식문화는 예전의 전통적인 식사문화를 잘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식사문화 개선 방안’을 수립해 음식 덜어 먹기, 위생적 수저 관리, 종사자 마스크 쓰기 등 올바른 식습관과 외식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를 극복하고 한식이 다시금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된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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