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밸류 김진경 대표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되고 고발 당해, 어떻게 혁신하나"

입력
2020.07.13 11:51
[43회]김 대표 "AI와 빅데이터 부동산 시세 분석하는 프롭핀테크 개척"

요즘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관심을 끄는 신생 기업(스타트업)이 있다. 변호사 출신의 김진경(43) 대표가 만든 빅밸류다.

지난 5월 말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김 대표와 빅밸류를 ‘감정 평가 및 감정평가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빅밸류의 부동산 시세 분석 서비스인 ‘빌라시세닷컴’을 유사 감정 행위로 본 것이다.

문제는 빅밸류가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 스타트업으로 인정받아 규제 예외 대상인 ‘규제 샌드박스 기업’으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선정한 규제 샌드박스 기업이 고발을 당한 것은 처음이다.

스타트업들은 이번 사건에 커다란 관심을 쏟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된 기업마저 고발로 사업을 못하게 되면 국내에서 더 이상 세상에 유익하고 편리함을 제공할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올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스타트업들은 이번 빅밸류 고발을 ‘타다 사태’ 못지 않게 주시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진경 빅밸류 대표가 AI로 부동산 시세를 분석하는 프롭핀테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AI로 연립, 다세대주택 담보가치 산출해 서민 대출 길 열어줘

2015년 김 대표가 창업한 빅밸류는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나온 연립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50가구 미만 소형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 자료를 모아 AI로 분석한 뒤 주변 부동산의 추정 시세를 금융권에 제공한다. 즉 AI가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아직 거래가 일어나지 않은 연립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등의 시세를 추정하는 것이다.

이 자료가 중요한 이유는 은행에서 이를 토대로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을 사거나 전세를 얻으려고 대출 받는 사람들에게 담보액을 설정해 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동산 정보들은 대단위 아파트 위주의 가격 정보만 제공했다. 따라서 작은 단지의 아파트나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 구입자 등은 추정 시세 정보가 없다보니 은행에서 담보가치 설정이 힘들어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빅밸류는 서민 대출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를 계기로 과거에 대출받기 힘들었던 사람들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들보다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요. 따라서 정작 서민들에게 필요한 주택 담보 대출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셈이죠.”

은행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시세 자료 부족으로 대출을 제공할 수 없었던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 구입자들까지 대출 영업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규 대출 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빅밸류가 개발한 AI 시스템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층수, 건축자재, 평형대 등 여러 특징들을 각각 비교해 학습한 뒤 해당 지역의 아직 거래가 일어나지 않은 부동산 시세에 대입한다. “AI가 발달하면서 방대한 빅 데이터를 쉽게 분석할 수 있게 됐어요. 이를 다양한 요소가 섞여 있어서 사람이 쉽게 판단하기 힘든 부동산에 적용했어요.”

그렇다 보니 빅밸류의 부동산 시세 정보는 개인도 이용할 수 있지만 주로 금융기관들이 돈을 내고 이용한다. 개인은 하루 3회에 걸쳐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농협중앙회,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과 어니스트펀드, 뱅크샐러드 등 15개 금융기업들이 이용합니다.”

금융기업들은 무엇보다 편하고 담보가치 설정을 위해 따로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서 빅밸류를 이용한다. “공개된 전국의 부동산 거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지만 은행 등에 월 정액을 받고 유료 제공하는 정보는 서울 인천 대구 부산 경기 경북 등 주로 부동산 거래가 많은 지역의 시세 추산 정보에요.”

[저작권 한국일보]김진경 빅밸류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조회한 빌라시세닷컴의 부동산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프롭핀테크 개척으로 규제 샌드박스 기업에 선정돼

특이한 사업 덕분에 빅밸류는 부동산에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된 프롭핀테크 기업으로 분류된다. “해외에는 이미 부동산과 금융, IT가 융합하면서 프롭핀테크 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죠.”

김 대표는 프롭핀테크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주최한 제1회 핀테크위크에서 핀테크상을 받았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신혼부부들이 첫 살림을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에서 많이 시작하는 점을 감안해 서민 금융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어요.”

금융위에서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금융위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빅밸류를 금융기관의 일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는 지정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즉 빅밸류에서 연립 및 다세대주택, 소형 아파트 단지 시세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금융기관의 담보 심사 위탁 업무 중 일부로 본 것이다. 금융위는 이 과정에서 빅밸류의 정보 제공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는 지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에 유권 해석을 의뢰해 문제 없다는 답변을 받아 진행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빅밸류에서 빅데이터와 AI를 이용해 부동산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빌라시세닷컴 화면. 정준희 인턴기자.


감정평가사 업무와 무엇이 다른가

하지만 빅밸류를 검찰에 고발한 한국감정평가사협회에서는 감정평가업자가 아닌데도 부동산 가격을 추산하는 것은 유사 감정행위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로 봤다. 협회는 언론 보도를 통해 “AI가 부동산 가격 자동산정을 위해 이용하는 실거래 자료는 부실이나 허위신고 등이 섞여 있어 신뢰도가 낮다”며 “이를 토대로 금융기관이 담보대출의 근거자료로 활용하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AI 알고리즘이 허위 신고를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정보인 부동산 실거래가 자료는 가장 신뢰할 만한 자료에요. 이를 믿지 못하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죠. 설령 지나치게 낮은 가격의 부실 또는 허위 신고가 섞여 있어도 AI 알고리즘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데이터를 삭제하도록 돼 있어서 자동으로 배제해요.”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감정평가사와 AI가 하는 일을 똑같이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빅밸류는 감정평가사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요. 감정평가사들은 평가를 의뢰받은 경우에만 건당 수수료를 받고 평가 업무를 해요. 하지만 빅밸류는 국토부의 공개된 전국 부동산 시세 자료를 모아서 AI가 분석한 뒤 추산 가격을 내요. 이런 작업은 사람이 할 수 없어요.”

비용 처리 방식도 다르다. “감정평가사처럼 건당 수수료를 받지 않아요. 계약을 맺은 금융기관이 월 1건을 조회하든 월 100건을 조회하든 동일한 월 정액을 받아요.”

아울러 김 대표는 감정평가사와 달리 AI가 분석하는 대량의 원천 데이터를 전부 공개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에도 AI가 분석하는 원천 자료를 모두 제공해요. 따라서 사람처럼 주관적 평가에 따른 왜곡이 일어나지 않죠.”

스타트업들은 이번 빅밸류 사태를 혁신에 수반하는 진통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영역이 등장하며 이를 제공하지 못한 기득권 세력과 갈등을 빚는다는 해석이다.

현재 감정평가사협회의 정회원은 약 4,00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13개 대형 감정평가법인에 소속돼 있다. 이들이 활동하는 국내 감정평가 시장의 매출 규모는 연 1조원 수준이다.

김 대표는 기존 감정평가사들의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빅밸류는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빅밸류 매출은 전체 감정 평가 시장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해요. 마치 공룡과 작은 새의 싸움 같은 거죠. 감정평가사들을 대체하려고 AI 시스템을 만든 게 아니라 그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저작권 한국일보]김진경 빅밸류 대표의 목표는 AI와 빅데이터로 전국 필지 정보까지 분석해 제공하는 데이터 정보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정준희 인턴기자.


김 대표 “전국 필지 정보도 제공할 것”

김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2006년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맡은 일이 부동산 관련 업무였다. 이후 옮긴 교보증권과 KTB증권에서도 부동산 금융 및 투자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그때 핀테크 바람이 불었어요. 관련 사업을 분석하던 중 후배의 제안으로 창업을 하게 됐죠.”

김 대표는 개인들이 부동산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다가 지금의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후 바로 개발에 착수해 빅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5개 특허를 출원해 취득했다. “게임개발업체와 증권사, 언론사 등에서 근무한 개발자가 시스템 개발을 맡았어요.”

변호사인 김 대표의 이력도 사업에 도움이 됐다. “법과 제도에 엄격한 금융기관들과 일을 하다보니 법률적으로 잘 풀어야 해요. 계약서 작성 및 검토 등 법률 관련 업무는 직접합니다.”

서너 명이 시작한 회사는 현재 직원 21명으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10명은 도시 공학과 컴퓨터 공학, 부동산학을 전공한 연구팀이다. 여기에 AI 개발을 담당하는 개발팀을 포함하면 개발 관련 인력이 전체 직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다행히 2018년 은행들과 계약을 하면서 매출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했다. 덕분에 성장 가치를 인정받아 외부에서 35억원 투자도 받았다.

김 대표는 데이터 경제를 미래의 화두로 보고 있다. “모든 산업은 자료 분석에서 출발합니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전문 정보를 분석해 예측하는 데이터 가공이 중요한 핵심 사업이 될 겁니다.”

여기 맞춰 김 대표는 차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 준비하는 사업은 담보물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각종 자료를 분석하고 꾸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담보물의 위험성을 사전에 알려주는 사업이에요. 이 정보를 공공기관과 기업체 등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관련 사업도 새로 시작할 방침이다. 바로 금융기관과 손잡고 시행하는 비대면 담보 대출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업들은 속도가 붙고 있어요. 시중 은행들도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 대출을 준비 중이죠.”

현재 제공 중인 부동산 정보도 확대할 계획이다. “단독주택, 토지, 상가, 소규모 건물까지 시세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요. 전국 3,800만 필지 정보도 모으고 있어요. 이런 정보들은 차차 가공해서 서비스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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