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정부가 꼼수" 세입자 "전셋값 뛸라"... 혼돈의 임대 시장

입력
2020.07.13 16:17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7ㆍ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임대차 시장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 발표를 자세히 보니 사실상 ‘소급 적용’이나 다름 없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등록임대 아파트에 살던 세입자 역시 집주인이 바뀌면서 임대료가 크게 오르거나 임대보장 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떠는 분위기다.  

뿔난 임대사업자 "소급적용과 다를 게 뭐냐"

1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7ㆍ10 대책 발표 다음날인 11일부터 4년짜리 단기임대와 8년짜리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의 신규등록을 금지시키고, 단기임대를 장기임대로 전환하는 것도 불허했다. 기존 등록자의 경우 세제혜택은 유지되지만 의무임대기간이 만료되면  등록이 자동 말소된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꼼수'라고 지적한다. 등록임대사업제의 가장 큰 혜택인 '5년간 임대 유지시 거주주택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들은 통상 4년짜리 단기임대에 등록한 후 5년을 채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4년을 채우고 자동말소될 경우, 오히려 양도세 중과 대상으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혜택을 없앤다고 하면 소급적용이라고 반발할 거 같으니 정부가 찾아낸 묘수인 것같다”고 말했다.

‘7·10 부동산 대책’의 임대사업자 관련 내용


임대보증금 보증가입 의무화도 논란

이런 가운데 정부가 등록사업자의 '공적의무(임대의무기간, 임대료 5% 증액제한 등)'를 잘 지키는지 대대적인 점검을 하겠다고 밝힌 점도  반발을 부르고 있다. 

임대사업자 단체는 “흔히  5% 증액제한을 ‘직전 계약 대비 5%’가 아니라 ‘연 5%’로 잘못 이해한 이들이 많았는데 이런 내용을 정부가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며 지난 10일 감사원에 국토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한 임대사업자는 “실태점검 후에 규정을 어겼다며 임대사업 등록을 취소시키고 세제 혜택을 토해내야 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대보증금 보증가입 의무화 조항이 슬쩍 포함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부는 7ㆍ 10 대책과 관련해 별도 배포한 자료를 통해 “모든 등록임대주택 유형에 대해 임대보증금 보증가입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전세보증금이 5억원이면 세입자가 1년에 100~200만원 정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입자 불안도 커져... "임대시장 요동칠 수도"

여기에 세입자들이 느끼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등록임대를 포기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경우 계약 갱신이 어려워지거나 보증금이 갑자기 뛰는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ㆍ전월세상한제ㆍ계약갱신청구권제)'이 시행되면 부작용이 최소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집주인이 바뀌어 새로 계약을 하게 되면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할 수 없는데, 등록임대사업자 가운데는 다주택자가 많아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주택을 내놓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구입)'를 근절하면서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의 경우 최근 1년 내 전세가격이 오르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나마 공적기능을 수행해온 민간임대 공급마저 감소할 경우 임대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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