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나누자는 MBC, 올리자는 KBS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20.07.13 17:15
수정
2020.07.13 19: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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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영업이익은 -2,140억원을 기록, 3년째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상파의 광고시장 점유율도 36%대로 떨어지는 등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영업이익은 -2,140억원을 기록, 3년째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상파의 광고시장 점유율도 36%대로 떨어지는 등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탓이다.


방송시장 변화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위기에 몰린 지상파 방송사들이 드디어 '수신료 인상'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다. MBC는 KBSㆍEBS에만 돌아가는 수신료를 나눠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고, KBS는 40년째 2,500원에 묶여 있는 수신료 '현실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해 1,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기혁신 없이 국민 호주머니만 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방송계에 따르면 박성제 MBC 사장은 최근 '사원과의 대화' 자리에서 "공영방송으로서 맡겨진 책무를 다하는 동안 공적 재원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수십 년 전 광고가 포화상태였던 시절에 만들어진 제도로는 더 이상 공영방송의 위상을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MBC도 수신료를 나눠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가구당 2,500원씩 걷는 수신료는 공영방송인 KBS와 EBS가 97대 3의 비율로 나눠 가진다. MBC가 수신료를 배분받으려면 공영방송이 돼야 한다. 당초 민영방송으로 출발한 MBC는 언론통폐합 과정을 겪으면서 공익재단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분 70%를 지녔지만 재원 대부분은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준공영'이라는 애매한 정체성을 갖게 됐다.

MBC 측 논리는 공직선거법이나 정당법, 매체 균형 발전을 위한 광고 결합판매제도 등에서는 공영방송으로 묶여 규제받는 반면, 공적 지원에서는 민영으로 분류돼 배제되는 차별을 받아 왔다는 것이다. KBS는 수신료, 방송발전기금, 국고 보조 등으로 2018년 한 해에만 6,726억원을 지원받았지만 MBC에 대한 지원은 전무했다는 것이다.  


KBS 본사 사옥. 한국일보 자료사진

KBS 본사 사옥. 한국일보 자료사진

KBS 또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영업손실 759억원을 기록한 KBS는 수신료가 전체 수입의 45%를 차지한다. KBS는 진정한 공영방송이라면 이 비율이 7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지상파는 매출의 70%를 제작비로 재투자하는데 이 부분이 흔들리면 콘텐츠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준 뒤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요구하고, 비판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신료 문제에 앞서 공영방송의 정의와 역할에 대한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만 해도 지금은 보수 쪽에서, 예전에는 진보 쪽에서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것이야말로 공영성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도대체 공영방송이 무엇이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부터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도 "현재의 방만한 구조를 유지한 채 수신료를 나눠 달라, 현실화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져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경쟁력을 키우려는 자구 노력과 광고 비율을 줄이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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