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마워요 대장금" 우즈벡 영부인이 이영애에게 친서 보낸 까닭

입력
2020.07.13 12:00
드라마 '사임당' 우즈벡 방영권ㆍ편집비 기부 앞장
이씨 "K콘텐츠 비싸서 보지 못하는 고려인 돕고 싶어"

2017년 11월 23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내외 방한 당시 우즈벡 영부인인 미르지요예바 여사, 배우 이영애씨, 문재인 대통령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왼쪽부터)가 사진 촬영에 앞서 웃고 있다. 굳피플 제공

지난달 24일 배우 이영애씨 앞으로 한 친서가 발송됐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영부인이다.

12일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친서에 따르면 미르지요예바 영부인은 "이영애님께서 보여주는 우즈벡에 대한 관심과 따뜻한 애정에 매번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이영애님께서 몸소 실천하고 계신 선행은 우리에게 가슴 깊은 곳까지 감동의 울림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즈벡과 한국은 선량함ㆍ개방성ㆍ손님에 대한 환대ㆍ전통 계승 등 공통점이 많다"며 "우즈벡 홍보대사로 활동해주기를 학수고대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웬 친서인가 싶지만 사연이 있다. 이영애씨 측이 2017년 국내에서 방영된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사임당)의 판권을 우즈베키스탄에 무료로 기증한 것이다. 해당 판권은 중국에 가장 비싸게 판매됐는데, 중국에 팔린 금액만 1,300만달러(약 1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그룹에이트) 입장에서는 수 억원으로 예상되는 판권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지만 이씨 측에서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이씨 소속사 굳피플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아시아에서도 한류 열풍과 함께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데도 콘텐츠 가격이 점점 올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대장금으로 큰 사랑을 받은 입장에서 이들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특히 우즈벡에만 약 20만명 중앙아시아 전체에는 60만명 가까운 고려인동포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K콘텐츠는 조상의 자취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이씨 측은 현지 더빙을 포함한 편집ㆍ방송 신호 송출 비용까지 부담하기도 했는데, 약 1~2억원에 달하는 금액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르지요예바 영부인도 친서에서 "방영권을 우즈벡에 기증해주셨다는 소식에 무척 기뻤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아름다운 행보는 그 어느 때보다 값진 의미를 갖는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배우 이영애는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과 사임당 역을 맡았다. SBS 제공

우즈베키스탄의 '이영애 사랑'은 남다르다. 한국에서 2003~2004년까지 방영된 '대장금'의 경우 현지에서 시청률은 97%까지 기록했었다. 이후 우즈벡에서는 이듬해부터 2, 3년 간격으로 세 차례 방송됐다. 총 30부작인 사임당은 우즈베키스탄에서 4회까지 방영됐다(6일 기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국영방송에서 황금시간대인 오후 5~8시까지 방영된다. 현재까지 공식 시청률은 집계되지 않았으나 약 70~8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언이다.

김창건 주한우즈베키스탄 명예영사는 "대장금 때도 그렇고 이번에 사임당도 마찬가지로 TV 방영 시간만 되면 길거리가 한적해진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사임당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즈벡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을 육박하는 상황이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내외는 특히나 이영애씨의 열렬한 팬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2017년 11월 우즈벡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를 방문했을 당시 이씨도 초청받아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특히나 이씨가 모델로 활동하는 한방화장품까지도 현지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김 명예영사는 전했다.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우즈베키스탄 영부인이 이영애씨에 보낸 친서. 굳피플 제공


이 같은 교류는 개인적 친분을 넘어서서 두 나라가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는 평가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우즈벡인들은 약 7만5,000명에 달한다. 앞으로 1, 2년 사이에는 10만명까지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 명예영사는 "우즈벡은 외국인 투자자들에 100% 경영권을 인정하는 등 투자 유치를 지원해주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포스트차이나'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에는 우즈벡 정부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며 한국 정부에 전문가 파견을 요청, 최재욱ㆍ윤승주 고려대 교수들이 각각 3월과 4월 현지에서 자문역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에 우즈벡 정부는 이들 전문가의 귀국을 돕기 위해 직항 전세기를 두 차례 띄우는 등 상당히 공을 들였다.

우즈벡과의 친선은 중앙아시아 권역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즈벡은 신북방 주요권역인 중앙아시아 5개국(투르크메니스탄ㆍ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ㆍ타지키스탄ㆍ키르키즈스탄) 중 인구가 가장 많고, 최근 교역규모가 급상승하는 나라다. 실제로 대장금의 시청률은 이 5개국 모두에서 90%를 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소속사 관계자는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도 방영권을 기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이영애씨가 영부인급의 친서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씨는 2018년 3월에도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전 스리랑카 대통령 영부인인 자얀티 시리세나의 친서를받기도 했다. 2017년 홍수와 산사태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에 5만달러를 기부한 데 따른 감사의 표시다. 스리랑카는 우즈벡 못지 않게 한류 바람이 강한 곳으로 꼽힌다.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우즈베키스탄 영부인이 이영애씨에 보낸 친서의 번역본. 굳피플 제공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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