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윤석열·홍정욱 모두 들어와 대선 경선하면 통합당 살아나"

입력
2020.07.09 2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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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에 필요한 시대정신은 "사다리 넘치는 나라"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 반값아파트가 해결책?
기본소득 비현실적, 선별 지원하는? 안심소득 필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계층 이동의 희망을 늘리는 사다리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계층 이동의 희망을 늘리는 사다리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야권 잠룡 오세훈?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대선주자를 두고 연일 ‘스무고개’ 놀이를 하고 있다. 일단 흥행에는 성공했다. 풀었다가 조이기를 반복하자 후보군을 둘러싼 궁금증이 극대화되고 있다. 김 위원장 전략은 당내 예비 주자들에게도 자극제가 된 듯하다. 21대 총선에서의 궤멸적 참패 이후 암중모색 중이던 대선 잠룡들이 조금씩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격전을 벌였으나 간발의 차이로 분루를 삼켰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최근 안심소득, 반값부동산, 핵무장 카드 등의 정책으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7일에는 의원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청 연사로 나와 시대정신을 화두로 통합당의 집권 비전을 소개했다. 강연이 끝난 직후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오 전 시장을 다시 만나 통합당 현안과 보수의 미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최근엔 김 위원장이 “당 밖에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당내 대선 잠룡으로서 어떻게 봤나.

“좋은 전략이라 본다. 총선에서 대패해 수명이 다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듣는 위기의 정당인데 어떻게든 주목을 끄는 데 성공한 것 아닌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윤석열 검찰총장 등 거론되는 분 모두 우리 당 경선에 들어오면 좋겠다. 그런 분들이 다 등장해 축제를 치르듯 대선 경선이 이뤄지면 ‘저 당 죽지 않았다’ 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정치와 무관한 외식사업가 백종원씨와 비교되는 심정은 어땠나. 희화화한다는 내부 지적도 있었는데.

“새겨들으면 된다. 우리 사회에서 몇 년씩 세간의 이목을 끌며 스타 자리를 유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건 실력이다. 그런 그 분의 능력을 배우라는 취지로 이해한다. 희화화한다고 발끈하는 건 지금 당 상황이 처참하기 때문에 나온 콤플렉스 섞인 반응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선 주자로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만약 나온다면 정치를 안 해 본 사람이 대선에 직행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출마 가능성은 제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정치 경험 없이 대선 주자로 나온 건 최근만 해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황교안 전 대표 등 여러 사례가 있었다. 그게 옳았는지에 대해선 국민도 충분한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윤 총장 지지율이 10%밖에 안 나오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보수당이 4번 연속 큰 선거에서 졌다. 이처럼 국민에게 철저히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통합당은 그동안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가족들 먹여 살리기 위해 애썼던 엄한 아버지와 같은 심정이었다. 그런 시간이 지속되니 열심히 산 가장이 자녀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이 됐다. 피로사회에 직면한 국민들은 지금 너무 힘들어한다. 우리 국민 특유의 빈곤감, 상대적 박탈감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어머니의 심정으로 어루만져 줘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우리 당이 그걸 실패했다.”

-지금 보수당에 필요한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사다리가 넘치는 나라’다. 문재인 정부가 자산격차와 소득격차를 아주 크게 벌려 놨다. 그걸 좁히려는 마음은 있었지만 무능함과 오만함 때문에 실패했다. 우리가 집권하려면 사회적 유동성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계층 이동에 대한 희망을 줘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당에 오면서 ‘보수’라는 단어가 지워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보수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자고 했지 보수의 가치를 버리자고 얘기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지키기 위해서 버린다’는 자세다. 영국 보수당이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잃지 않고 집권당으로서 위상을 지킬 수 있던 건 바로 이런 처절한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와 경쟁이라는 보수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곁가지는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혁신포럼 초청 강연에서 '시대정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혁신포럼 초청 강연에서 '시대정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부동산 가격 폭등이 현안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뭐가 문제였다고 보나.

“인간의 욕망을 규제로 누를 수 있다고 착각한 거다. 세금 강화, 규제 강화는 부작용만 양산한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누구라도 가지고 싶어 하는 강남 아파트의 주인만 바꿀 뿐이다. 강남 부동산으로 몰리는 수요를 줄이는 방법은 부동산을 지금 사면 손해 볼 수 있다는 위기의식뿐이다. 그 위기의식이 생길 때 강남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거나 하향 안정화 될 수 있다. 인간 욕망의 심리를 정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는 게 보수 우파다.”

-반값 아파트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토지 임대부 분양을 하면 3분의 1 가격 아파트도 가능하다. 평당 3,000만원짜리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 인근에 평당 1,000만원짜리 아파트 수천 세대가 들어서면 당장 주변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매수 움직임도 주춤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토지주택공사) 두 공기업을 적절히 이용하면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시재생에 쓰는 10조원을 여기에 넣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반값 아파트가 효과가 있다면 왜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지 않았나.

“편협한 마음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리마인드시키고 싶지 않은 거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주장하지만 당론은 반대다.

“2006년 서울시장에 취임하고 나서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후 분양제를 담은 부동산 정책 3종세트를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미루다가 결국 제도를 수용했는데, 법 시행 시기가 이명박 정부 출범과 겹쳤다. 이명박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안정적이었던 이유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분양가 상한제를 푼 시점부터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분명하게 분석을 하고 나면 해법이 나온다.”

-기본소득에 반대하면서 안심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기본소득이라는 제도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 처음에는 월 4만원 정도 나눠 주는 거로 시작해 성공하면 조금씩 올려 장기적으로 30만~50만원까지 나눠 준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재원이다. 현재 1년 정부 예산이 500조원인데 그나마 가장 합리적 모델마저도 무려 200조원이나 들어간다. 대신 기초수급자수당,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기존 복지제도를 다 폐지하면 된다고 하는데 국민 저항을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안심소득은 뭐가 다른가.

“4인가구 연소득 6,000만원을 기준으로 잡아 그 아래로만 주고, 미달소득의 일정 비율을 하후상박 원칙하에 지원하자는 것이다. 밑에 내려갈수록 많이 지원하게 되면 빈부격차 지수, 지니계수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거다. 복지공무원 숫자도 줄일 수 있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우파와도 맞는다. 안심소득은 50조원만 있으면 가능하다. 기존 복지제도에 들어가던 비용 중 11조원과 앞으로 3년 동안 늘어날 복지예산 90조원 가운데 절반인 40조원만 가져오면 된다.”

-2011년 서울시장 시절 보편적 무상급식에 맞서 선별적 무상급식을 주장했던 논리와 비슷하다.

“그렇다. 기본소득ㆍ안심소득 논쟁과 구조가 전혀 다르지 않다. 제가 애들 밥 주는 거 반대하는 사람으로 호도하는데 사실과 다르고 상대방 프레임 전략일 뿐이다. 하위 70%만 주고, 상위 30%에 줄 돈을 아껴서 못사는 집 아이들 학용품, 교복, 등록금에 보태 주자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이 당 조직위원장 특강에서 그걸 두고 “바보 같은 짓”이라고 면전에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무상급식 찬반을 주민투표에 부친 걸 바보스럽다고 표현한 것이었다. 그런데 주민투표에 부친 건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아니었다. 우파 시민단체가 나서서 한여름 삼복더위에 90만명 서명을 받아 된 거다. 물론 제가 제안을 먼저 하긴 했지만, 그 제안은 시의회에서 거절당했다. 잘못된 팩트로 말하는데 그 자리에서 곧바로 면박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저도 많이 바뀌었다. 위원장님과 비슷해졌다’ 이렇게 말하고 끝냈다.”

-남북관계가 위기다. 대안이 있나.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북핵이 기정사실화된다. 북핵을 그대로 용인하는 상태에서의 평화는 지속 가능한 평화가 아니다. 남북관계를 유화적으로 가져가는 건 문재인 정부가 해 볼 만큼 해 봤다는 게 국민들 생각이다. 지금 여론조사 해 보면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것이라고 보는 국민은 아주 소수일 것이다. 이제는 업그레이드 버전의 남북관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진심으로 북핵 폐기를 원한다는 스탠스로 변해야 한다.”

-얼마 전 핵무장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위험한 발상 아닌가.

“당장 핵개발을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세 개의 선택지를 갖고 있다. 핵개발,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세 선택지를 두고 전략적 모호성만 유지해도 레버리지가 커진다는 게 제 주장의 요지다. 우린 절대 핵개발도 안 하고 전술핵 재배치도 안 한다고 얘기하는 순간 차 떼고 포 떼고 장기 두는 것이다.”

-원 구성 협상을 어떻게 평가하나. 법사위원장을 못 받을 바엔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는 게 통합당 입장이다.

“지난해 실패했던 공수처법ㆍ선거법 협상처럼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끝났다. 협상에 임했다면 몇 개의 독소조항이라도 빼내는 실익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결국 한 줄도 고치지 못했다. 원 구성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흘러 상임위원장 자리를 몇 개라도 갖고 왔으면 저 법안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거다.”

-원외에 있으면 대선 잠룡으로 활동하는 데 제약이 많다. 핸디캡을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낙선하는 바람에 사람들을 만나서 제 구상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는 작업이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한다면 충분히 준비돼 있는 상태로 나서고 싶다. 그러기 위해 준비는 게을리하지 않겠다.”


김영화 논설위원
변한나 사원
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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