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일자리를 발명하라

입력
2020.07.08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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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과 생활의 곤란을 이중으로 겪고 있다. 각국의 봉쇄 조치로 세계 경제는 추락하고, 강대국 간 갈등은 외환 위기 이상의 실업과 경기 침체를 가져오고 있다. 이탈리아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Decameron)이 묘사하는 500여년 전 모습을 연상케 한다. 흑사병으로 사람들은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도시는 텅 비고 장례식도 치르기 어려울 만큼 죽어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의학 발전과 의료진의 헌신 덕분에 코로나19는 흑사병에 비해 사망자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영향은 흑사병 못지 않은 규모로 오랫동안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한국판 뉴딜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국 기술을 따라 하고 추격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 기술을 추격해오고 미국과 일본이 우리를 견제하면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앞날이 유망한 유니콘 기업의 탄생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판 뉴딜이 레드 오션에서 추격형 기술을 지원하는데 만족한다면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세계 표준을 선도하고 특허권으로 무장한 우리만의 선도적 기술을 개발할 때에 혁신 성장이 가능하다.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꺼리게 되면서 로봇과 인공 지능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병원의 안내 로봇이 체온 측정과 기본 문진을 하고 소비자들도 똑똑한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편리한 온라인 쇼핑과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더 많이 쓴다. 따라서 한국판 뉴딜은 로봇과 인공 지능의 발전이 꼭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것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16세기 스페인은 남미에서 가져온 황금으로 부자가 됐지만 기술 혁신에 뒤처지고 영국에 패한다. 반대로 영국은 특허 제도를 활용해 기술 혁신을 장려하고 주식회사 및 증권거래 제도의 도입으로 민간 투자를 촉진해서 산업 혁명에 성공하고 대영제국을 건설했다.

디지털 기반 일자리 창출은 소득주도 성장과 다른 새로운 생각과 제도를 필요로 한다. 예산이 곧바로 디지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식 재산과 기술 혁신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생각과 그에 필요한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로봇과 인공 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생산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둘러싼 지식재산과 개인정보 그리고 각종 규제를 둘러싼 법 제도를 개혁할 때 기술 혁신과 일자리 창출은 가능해진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지식재산제도를 로봇시대에 적합한 효율적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 3법이 개정됐지만 애매한 표현으로 가명 정보의 활용이 불확실해지면 한국판 뉴딜도, 데이터 경제도 실현할 수 없다. 행정, 사법, 입법에 관한 데이터 공개는 철저히 실현되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 생각의 대전환과 제도 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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