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중 미국 다녀 온 20대... 강남구 고발  '관리 구멍'

입력
2020.07.04 20:10
수정
2020.07.0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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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지난달 7일 입국 정모씨... 11일 출국 뒤 27일 재입국
강남구, 정씨 출국 닷새 지나 질본에 통보?
자가격리자는 제재 없이 출입국
감염병 관련 법 위반 혐의로 4일 고발 조처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료받는 시민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료받는 시민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에서 입국한 서울 강남구 주민 정(23ㆍ여)모씨가 자가격리 기간인 지난달 미국을 다녀온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강남구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7일 미국에서 입국한 뒤 나흘 뒤인 11일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다. 해외 입국자는 반드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데 이 규정을 어긴 것이다. 집에서 무단이탈하고 출국한 정씨는 지난달 27일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 관계자는 "정씨가 급하게 미국비자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출국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자가격리 규정을 위반한 정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서경찰서에 이날 고발했다. 정씨는 자가격리중이다.

문제는 이번 정씨 사례로 방역당국의 자가격리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자가격리자를 1차적으로 담당하는 자치구 관리와 출ㆍ입국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정씨의 무단이탈과 출국 사실을 지난달 16일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했다. 정씨가 출국한 뒤 닷새가 지나서야 코로나19 중앙 정부 컨트롤센터에 알린 것이다. 관리자의 업무 소홀과 구의 늑장 대처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해당 자가격리자 담당직원의 관리소홀 여부를 가리기 위해 내부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자치구의 관리를 뚫고 무단 이탈한 정씨는 지난달 11일 미국으로 출국할 때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관리사무소 측으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자가격리자는 1만 806명으로 이 중 7,888명이 해외입국자다. 10명 중 7명(72%)이 해외입국자로 국내 확진자 접촉으로 인한 자가격리(28%)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자가격리자의 무단 입ㆍ출국을 막기 위해선 출입국관리시스템에 자가격리자 현황 등록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용태 강남구 질별관리과장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과 출입국관리시스템의 연계 등 제도 보완을 질병관리본부와 법무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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