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시 겨냥 직격탄… 北 최선희가 북미 대화 거부한  까닭

입력
2020.07.04 15:44
수정
2020.07.0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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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 제1부상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 없다"
'이벤트성 회담' 거부… 새로운 계산법 요구 계속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4일 "북미대화를 정치적 위기를 다루기 위한 도구로 여기는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며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가능성 선 긋기에 나섰다. 청와대가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공식화 한지 3일 만의 반응이다. 완전한 대북제재 해제가 아닌 '일시 봉합' 형태의 제안은 모두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선희 "북미 대화? 北 흔들리지 않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최근 한국과 미국 정치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10월의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을 일축했다.  

최 부상은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며 "나는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북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 회담설이 여론화 되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청와대가 이달 1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대선 전에 북미가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간접 거론하며 반박한 것이다.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최 부상은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미국 집권층이 공감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며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노동당 중앙위 7기14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국가비상방역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3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노동당 중앙위 7기14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국가비상방역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3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벤트용' 북미 대화 거부

최 부상의 담화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이벤트' 차원의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서 드러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정치용 이벤트로 접근한 데 대한 경고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협상을 어떻게 진지하게 마련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대미압박의 일환일 수도 있다. 

북미 대화를 이끌어온 남측에 보내는 경고 성격도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 중재 노력을 밝힌 후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재정비하며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중재자 역할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핵 협상을 이끌어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대표도 방한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외교안보라인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실현 시키려면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제재의 전면적인 해제라는 '빅딜'보다 영변 등 핵 시설의 폐기와 일부 대북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스몰딜' 중재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 2기 외교안보라인 출범을 지켜보며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며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 없이 조건부 제재 해제와 비핵화 조치를 맞바꾸는 식의 일시 봉합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14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평양=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14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평양=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北, 하반기 대미 도발 가능성

북한은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선을 긋는 대신 하반기 대미 도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최 부상은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고 밝혔는데, 하반기 대미 압박을 위한 군사적 행동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연말 당 중앙위 7기5차 전원회의에서 대미 관계는 장기적인 전략 아래 관리해 나간다며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북한을 견인할 수 있는 담대한 비핵화 협상 방안, 즉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북미 정상회담이든, 비핵화 실무 협상이든 재개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향후 한국과 미국의 행보에 따라 북한도 행동 계획을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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