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군살해 사주설 몰랐다?... "신빙성 없는 정보도 대통령에 보고"

입력
2020.07.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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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보고 체계상 몰랐을 리 없어" AP
볼턴 "트럼프, 러시아 관련 부정적 정보 듣기 싫어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6월 비농업?일자리가?480만개?증가했다며 자화자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6월 비농업?일자리가?480만개?증가했다며 자화자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살해 사주 보고를 받고도 무대응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AP통신이 백악관 보고 체계를 소개하며 이를 반박했다. 백악관은 해당 첩보가 정보 당국에 의해 입증되지 않았고 정보당국 내에서도 의견 일치를 못 이뤄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P는 2일(현지시간) 전직 정보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은 역사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어도 가치 있는 정보를 대통령에게 보고해 왔다”며 “특히 백악관 서면 보고인 ‘일일브리핑’은 대통령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부 분석가들의 정보와 국가안보 평가를 종합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대통령의 비밀서(書)' 저자인 데이비드 프리스는 확인된 정보만 대통령이 보고받는지 여부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프리스는 정보기관은 사실보다 불확실성을 더 많이 다루기에 국가안보에 중요하고 대통령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을 다룬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실제 현대사에는 불확실하지만 중대한 사안에 대한 정보를 보고받은 사례가 많다는 게 AP의 분석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9ㆍ11 테러 한 달 전 대통령 일일브리핑을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해당 정보가 날짜ㆍ위치ㆍ방법 등 구체성이 부족했지만,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긴급하고 신뢰할만한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정보 당국의 의견 불일치에도 빈 라덴이 파키스탄의 한 단지에 있다는 정보를 받고서 제거 작전을 승인했다.

마이클 모렐 전 CIA 부국장은 저서 '우리 시대의 위대한 전쟁: 알카에다에서 ISIS에 이르기까지 CIA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자신이 접하는 정보의 신뢰도가 60%라고 썼다. 또 CIA 국장, 백악관 상황실 선임국장을 지낸 래리 파이퍼는 "대통령은 어려운 결정을 내릴 것이고, 거기엔 대개 흐린 팩트와 애매한 영역이 딸려 있다"고 말했다.

앞서 AP통신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군 살해 사주 의혹을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보도했고, 존 볼턴 전 보좌관도 동료들에게 지난해 같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를 부인했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언급을 피했다. 다만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관련한 부정적 보고를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지 않아 하는 러시아에 대한 자료 보고로 입은 많은 (심적) 상처를 갖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관된 부정적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다른 전직 관료들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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