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독점ㆍ검찰독점... 법무부 1급인사 두개의 벽 깨졌다

입력
2020.07.03 16:0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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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교정본부장 정부수립 이후 첫 여성 교정 수장
법무실장엔 판사출신 강성국 변호사 비검찰 맥 이어


1948년 정부 수립 후 교정(矯正) 업무가 시작된 이래 남자들이 독차지했던 교정행정 총괄 책임자에 사상 최초로 여성이 임명됐다. 과거 정부에서 검사들이 독점했던 법무부 법무실장에는 이 정부 들어 연속으로 판사 출신이 중용됐다.

이영희 법무부 교정본부장

이영희 법무부 교정본부장



법무부는 6일 이영희(55) 법무연수원 교정연수부장을 신임 교정본부장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1989년 교정간부로 공직에 입문한 뒤 31년간 근무하면서 여러 ‘여성 최초’ 타이틀을 갈아 치운 인물이다. 김천교도소장, 화성직업훈련교도소장, 광주교도소장, 수원구치소장 등을 거치며 현장 업무 경험이 풍부하고, 법무부 사회복귀과장 등 본부 행정 업무도 두루 거쳤다.

고위 공직에 여성이 오르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공무원 직렬 중 가장 남성중심주의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교정 분야에서 여성 본부장이 배출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전체 교정직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8%에 불과하다.

이 본부장은 “한 번도 같이 근무해 보지 않은 여성 후배들로부터 ‘전율을 느낀다’거나 ‘경이롭다’는 축하 문자를 여럿 받았다”며 “여성으로서 자신이 가는 일은 나중에 후배들이 걸어 갈 길이라 생각하고 능력을 발휘한다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1만6,000여명의 교도관을 이끌며 5만명이 넘는 수용자의 교화ㆍ관리 업무를 총괄하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31년 현장경험을 살려 인권 보호에도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강성국 법무부 법무실장

강성국 법무부 법무실장



또한 이날 법무부는 △법령 해석과 심사 △조약심사 △국가송무 △법조인 관리 등 핵심 업무를 책임질 법무실장에 강성국(54) 변호사를 임명했다. 사법연수원 20기인 강 실장은 광주지법ㆍ서울중앙지법ㆍ서울고법 등에서 판사를 지냈고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광주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21년간 판사 생활을 한 뒤 2015년부터 법무법인 지평에서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지평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조인 인재풀’로 주목받고 있는 로펌인데, 김영식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이 이곳 출신이다.

과거 정부에서 법무실장은 예외 없이 현직 검사장들이 맡아 온 핵심 요직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판사 출신인 이용구(56ㆍ연수원 23기) 전 법무실장이 임명됐고, 이번에 강 실장이 비검찰 법무실장의 맥을 이어가게 됐다.

그리고 검사 출신의 류혁(52ㆍ연수원 26기) 변호사는 공석인 법무부 감찰관에 임명됐다. 그는 부산지검 강력부장 시절 ‘부산 20세기파’를 소탕하고 이듬해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 등을 거친 ‘강력통’이다. 류 감찰관은 종합편성채널 기자와 검찰 간부가 결탁해 여권 인사 뒷조사를 했다는 의혹인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 법무부 감찰에 회부된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조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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