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코로나19 지원금 신청기

입력
2020.07.03 16:00
수정
2020.07.03 18:17
22면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 현장 접수로 붐비는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연합뉴스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 현장 접수로 붐비는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이 벌써 반년째에 접어들면서 사람들도 일상의 풍경을 점점 찾아가고 있다. 여행지는 인산인해에 유흥가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그건 겉모양일 뿐, 실상은 심각성은 높아지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붕괴했을 뿐이다. 북적이는 술집 옆에는 영업 금지 명령을 받고 굳게 문이 잠긴 코인노래방이 있다. 기약 없는 영업 중단이 얼마나 목을 죌지, 그 심정이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나 또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한 사람의 자영업자이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게 코로나19의 문제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누군가는 여전히 일상을 즐기는데 누군가는 삶이 무너진다. 핀셋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당국도 모르고 있지는 않다. 최근 정부는 특고,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코로나19의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으면서도 사회안전망에선 배제된 이들을 대상으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라는 생계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사실은 나 또한 이 정책이 단비가 되어주길 기대하며 신청서를 낸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기대가 무색하게도 정책은 삐걱대고 있다. 정부는 긴급이라는 이름답게 신청 2주 내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 약속은 공수표로 전락했다. 신청 3주차가 되도록 진행 단계는 여전히 ‘신청 완료’에서 진행되질 않았다. 처리율이 한 자릿수란 얘기가 나왔다. 며칠 후 ‘접수 및 심사진행’ 단계로 넘어갔지만, 알고 보니 일괄적으로 문구만 바꾼 것에 불과했다.

신청 4주 차. 이젠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 자영업자 카페는 아우성이었다. 아직도 지원금을 받았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처리 상태를 확인하려 하자, ‘신청 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메시지가 돌아왔다. 전화를 걸어봤지만 ‘통화중입니다, 통화중입니다, 통화중입니다.’ 저주처럼 똑같은 기계음이 쉴 새 없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시도하다 포기했다. ‘현재 신청내역이 조회되지 않으며, 내일 다시 조회하라’는 공지사항이 올라온 건 한나절이 지난 후였다. 이 공지사항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올라와 있다. 내일 다시 조회해 달라는 말까지도 그대로.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전 직원 투입이라는 강수를 두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호전되고 있지 않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게 선별의 함정이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하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상당한 타격을 입었어야 한다. 언뜻 보기에는 복잡하지도 않고 합리적인 선별 기준처럼 보인다. 하지만 특고, 프리랜서, 자영업자는 근로 형태, 소득 구조 등이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올해 소득은 아직 신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덕분에 서류도 천차만별, 기준도 중구난방이다.

그게 뭐 별거라고 공돈 주는데 핑계냐 말씀하지는 부디 마시라. A 또는 B를 증빙하라 해 놓고 정작 신청서에는 무조건 A만 입력하도록 되어 있질 않나, 정작 무슨 서류로 증빙하라는 건지는 나 몰라라 하지를 않나. 가이드라인은 부족해서 질의는 폭주하는데 담당자도 제대로 답을 못 주고, 답답해 문의 전화를 걸어봤자 무한한 ‘통화중입니다’의 저주에 빠질 뿐이니. 고용노동부는 “특고, 프리랜서 등이 소득 증명을 제대로 해 본 경험이 없어 증빙 서류 자체가 미흡하다”고 신청자들에게 책임을 돌렸지만, 애당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이다.

긴급재난지원금 때도 그랬지만, 정부가 선별에 집착하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별 기준은 최대한 합리적이고도 단순해야 한다. 합리성이 무너지면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고, 기준이 복잡해지면 실무 단계가 엉망이 된다. 이 낭패를 어찌 수습할지 걱정이다.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기별이 없다. 지급은 고사하고 서류도 열어보지 않은 것 같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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