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걸쳐 난상토론… 일부 검사장은 尹총장 거취 거론도

입력
2020.07.03 22:00
수정
2020.07.04 00: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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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장→수도권 검사장→지방 검사장 '릴레이 회의'
외부접촉 철저히 차단… 예상 시간 넘기며 난상토론?
尹에 반기 든 이성윤은 불참... "대검이 불참 권고"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튿날인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은 하루 종일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린 소집령에 따라 모여든 전국의 고검장ㆍ검사장들이 검찰사무 지휘ㆍ감독자인 법무장관의 지시 수용 여부를 논의하는 진풍경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15년 전 ‘수사지휘 1호’가 총장의 즉각 사퇴로 이어졌던 전례는 대검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했다.

이날 오전 9시 이후 대검 청사에는 전국의 고검장 6명을 태운 검은색 관용 차량들이 속속 도착했다. 하지만 청사 앞을 가득 메운 취재진을 의식한 듯, 모두 일반인 진입이 통제되는 지하주차장을 통해 대검 청사로 진입했다. 고검장 회의가 열린 대검 8층 복도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검찰 직원들이 기자들의 접근을 막아 섰다. 

이번 전국 검사장 회의는 세 차례에 걸쳐 약 9시간 동안 릴레이로 진행됐다. 오전 10시 고검장 회의를 시작으로 오후 2시쯤 수도권 검사장 회의가, 오후 5시쯤엔 지방 검사장 회의가 각각 열렸다. 고검장 회의는 도시락 오찬을 겸하면서 오후 2시쯤 끝났고, 수도권 검사장 회의도 당초 예정됐던 2시간을 훌쩍 넘기며 3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마지막 순서였던 지방 검사장 회의는 오후 6시50분쯤 종료됐다. 윤 총장은 고검장 회의 땐 장시간 의견을 직접 청취했으나, 오후 두 번의 검사장 회의에선 간단한 인사만 한 뒤 회의실을 떠났다. 

총장 거취 문제와 이어질 수도 있는 사안의 심각성 탓에 외부 접촉은 철저히 차단됐다. 취재진과 눈길이 마주친 일부 검사장들은 간단한 목례만 하고는 아무 말 없이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에 들어갔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참석자들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검 지휘부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 이견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게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부추긴 꼴”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회의의 핵심 주제는 추 장관이 행사한 수사 지휘권의 적법성, 그리고 수용 여부 문제였다. 한 참석자는 “자유롭게 각자의 생각을 개진하는 난상토론으로 진행됐고, 추 장관 지시가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귀띔했다. “장관에게 재지휘를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참석자들이 특히 추 장관을 성토한 대목은 이번 수사에서 윤 총장을 사실상 배제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사실상 무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회의 직전 법무부는 “일각에서 나오는 수사팀 교체,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때늦은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윤 총장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윤 총장 측이 '일부 수용, 일부 거부' 식의 묘안을 짜낼 여지를 없앤 셈이다. 때문에 회의에선 “검찰청법에 근거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거부할 명분은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검사장은 윤 총장 거취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일단 모든 결정을 대검에 위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대검은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ㆍ정리한 뒤, 주말 또는 다음주 초쯤 윤 총장에게 그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그동안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 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 다른 검사장들처럼 소집 공문을 받았으나, 대검으로부터 “일선 청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이기 때문에 수사청은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은 탓이다. 한 대검 간부는 “참석이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으니 배려 차원에서 불참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도 “대검의 권고에 따른 불참”이라고 설명했다.

최동순 기자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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