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2개 쓰고 서울 오는 비건, 서훈·이인영과도 회동할 듯

입력
2020.07.03 16:23
수정
2020.07.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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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북 제안 있을지 주목

서훈(가운데)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맨 왼쪽) 전 실장이 3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소감을 밝히고 기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서훈(가운데)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맨 왼쪽) 전 실장이 3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소감을 밝히고 기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다음주 방한할 예정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외교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원론적 수준의 대북 메시지를 넘어서는 보다 적극적 유화 제스처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든다.

정부 당국자는 3일 비건 대표의 방한 일정과 관련 "아직까지 확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달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방한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는 등 7일로 예상되는 비건 대표의 방한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비건 대표의 이번 방한은 지난해 12월 부장관으로 정식 취임한 뒤 이뤄진 첫 해외 출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 고위 외교관의 출입국조차 까다로워진 탓이다. 한미의 비건 대표 방한 일정 공식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은 정부가 최근 올해 하반기 북미 간 협상 재개를 위한 군불을 지피고 있는 와중에 이뤄지는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이뤄진 유럽연합(EU)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11월) 전 북미 회담 개최 필요성을 언급했다. 강경화 장관 역시 2일 "북한이 대화의 장에 다시 나오게 되어 북미대화가 재개된다면 미국으로선 유연한 입장으로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한미 간 공감대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비건 대표 역시 이번 방한에서 북미대화 재개 의지는 물론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새 대북 제안을 두고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두 자리를 겸직하고 있는 만큼 이번 방한에서 비건 대표가 쓰고 있는 모자 역시 '국무부 넘버 2'와 북핵협상 대표 등 두 가지다. 따라서 이번 방한에서도 그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한국 측 북핵협상 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모자를 바꿔 써가며 연쇄 회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코로나19 상황으로 한국을 자주 찾기 어려운 만큼 비건 대표가 이번 방한에서 되도록 많은 인사들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물론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의 만남도 이뤄질 전망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의 비공개 회동 가능성도 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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