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울부짖었다, 그리고는 구급차에 실려갔다

입력
2020.07.03 13:58
수정
2020.07.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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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쇼핑몰서 소동... 음성 판정 뒤 양성으로 바뀌어
베이징 감염자는 나흘 연속 한 자릿수... 진정세 뚜렷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2일 한 여성이 식당 앞에 쭈그리고 앉아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다. 이 여성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웨이보 캡처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2일 한 여성이 식당 앞에 쭈그리고 앉아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다. 이 여성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웨이보 캡처

노란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떨리는 손으로 부여잡은 휴대폰에 대고 울부짖으며 벽을 치고 발을 동동 구른다. 무슨 일인가 싶어 호기심에 바라보던 행인들은 여성의 대화 내용을 알아채고는 이내 발길을 돌린다. 이어 전신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료진이 도착해 여성을 구급차에 태우고 사라졌다. 2일 오후 중국 베이징 도심의 쇼핑몰에서 벌어진 일이다.

여성 셰(?)모씨는 베이징 스징산구의 복합쇼핑몰인 완다광장을 찾았다가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핵산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것이다. 셰씨는 베이징  집단 감염 발생지인 신파디도매시장을 다녀온 뒤 지난달 16일부터 14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상태였다. 그는 "이미 두 차례 핵산 검사를 했고 모두 음성이 나왔는데 왜 갑자기 양성으로 바뀐 건지 모르겠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당시 여성은 식당에서 혼자 라면을 먹고 있었다. 보건당국은 해당 식당을 비롯해 쇼핑몰 전체를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했다. 쇼핑몰 직원들은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도 벌였다. 여성은 축 늘어진 걸음걸이로 의료진에 둘러싸여 쇼핑몰 밖에서 대기 중이던 병원 구급차에 올랐다.

문제는 여성의 다른 지역 동선이었다. 한 때 인터넷에서는 셰씨가 베이징의 또다른 대형 쇼핑몰인 차오양다웨청을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져 해당 쇼핑몰에서도 전 직원 핵산 검사와 방역을 실시하는 소동을 빚었다. 혼란이 지속되자 시당국은 "여성이 이 곳을 방문했다는 정보는 아직 없다"고 일단 사태를 수습했다.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전화로 통보받은 한 여성이 쇼핑몰 밖으로 나와 구급차를 타고 있다. 전신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주위에 대기하며 행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전화로 통보받은 한 여성이 쇼핑몰 밖으로 나와 구급차를 타고 있다. 전신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주위에 대기하며 행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이와 관련, 우준요(吳尊友)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전문가는 "코로나19 핵산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더라도 유효기간은 최대 7일에 불과하다"면서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3일 “전날 베이징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7명, 30일 3명, 이달 1일 1명에 이어 나흘째 한 자릿수를 유지하며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신파디시장의 수입 연어 매장에서 시작된 베이징의 코로나19 상황은 지난달 13일부터 2주간 연속 20명을 웃돌며 ‘집단 감염’ 양상을 보였지만 확산세가 거의 잡힌 상태다. 지난달 11일 첫 감염자 발생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31명에 달한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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