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없는 상임위, 추경 47분 졸속 심사… 부동산ㆍ인국공 등 현안 언급조차 안 돼

입력
2020.07.04 11:00
11면

민주당 독식한 국회 상임위 풍경
통합당도 의무 방기한 책임 있어

미래통합당의 불참속에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11개 상임위원장 선출 등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미래통합당의 불참속에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11개 상임위원장 선출 등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원 구성을 두고 밀당을 하던 여야가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앞서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협상 결렬 이후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추가로 선출했다. 176석 거대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초유의 상임위원장 독식이 현실화하자 미래통합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압도적인 1당의 힘이 확인된 21대 국회 초반 상황과 향후 전망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민주당과 통합당이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밀당에도 불구하고 결국 합의를 하지 못했죠. 협상이 결렬된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꺼진불도다시보자(꺼진불도)= 통합당 내 강경파의 ‘비토’가 결정적이었다고 해요. 실제로 지난달 26일 회동에서 ‘전반기 법사위원장은 원내 1당(민주당), 후반기는 2022년 대선에 승리한 집권여당이 맡는다’는 박병석 국회의장 제안에 대해 김태년 민주당,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모두 큰 틀에서 공감했다고 해요. 다만 당내 반발을 우려한 주 원내대표가 “주말 사이 의견을 수렴할 시간을 달라”고 하면서 합의문을 작성하지는 못했죠. 그런데 주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니 “법사위를 사수 못할 거면 7개 상임위원장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론이 거셌다고 해요. 초반부터 “차라리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모두 가져가게 놔두자”고 했던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순 있지만 민주당 주장처럼 김 위원장이 과도한 영향을 미친 건 아닌 것 같아요.

연두 담쟁이(담쟁이)= 하지만 주로 민주당 쪽에서는 많은 이들의 시선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내심으로 쏠렸어요. 화암사 회동 등에서 양당 원내대표가 가장 고민했던 것이 '과연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심이 무엇이겠느냐'고 했다는 후문도 새 나왔죠. 어떻게든 야당을 국회로 복귀시켜 국회 정상화를 도모해야 하는 김 원내대표나, 당 내에서 무리 없이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주 원내대표나,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판을 흔들고 나올 '김종인 리스크'를 공히 걱정했다는 의미에서요.

돌아봐= 협상 결렬 이후 민주당의 반응은 어땠나요.

여의도 딸바봉(딸바봉)= 지난달 29일 협상 결렬 직후 김 원내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게 민주당의 실망감을 대변하는 장면이죠. 복기왕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김 원내대표를 따라 나서며 “의장님이 찾으십니다” “잠깐만요”라고 설득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빠져나갔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보면 “통합당이 정말 18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포기할 줄 몰랐다”고 당황한 분위기도 엿보입니다. 특히 민주당이 국정운영의 모든 책임을 지고 그 결과도 더 이상 ‘야당 탓’을 못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크게 느낀다고 하네요.

돌아봐= 통합당에서도 좋은 얘기가 나오지 않았죠. 

영등포청정수(청정수)= 협상장을 먼저 박차고 나온 것은 김 원내대표 였지만 주 원내대표도 당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의장실 탁자를 엎고 싶었다"고 밝히는 등 격한 감정을 쏟아냈습니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유발승'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주 원내대표는 자신이 격앙된 이유를 박병석 의장에게도 돌렸습니다.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박 의장이 자신에게 통합당 의원들의 상임위 명단을 제출하라고 채근했다는 게 그 이유였죠.

돌아봐=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가 모두 18개인데 민주당이 17개만 선출한 이유가 있나요.

꺼진불도=다른 상임위와 달리 정보위는 국회의장이 임의로 위원 배정을 할 수 없는 유일한 상임위이기 때문이에요. 국가 기밀과 북한 정보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기에 국회법 48조에 ‘정보위 위원은 국회의장이 원내대표(교섭단체 대표)로부터 추천을 받아 부의장과 함께 협의해 선임한다’고 명시돼 있어요. 주호영 원내대표의 추천과 야당 몫 부의장 협의가 없으면 국회의장이 강제배정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야당 몫 국회의장에 내정된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개원협상 결렬에 “부의장직을 안 맡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돌아봐= 전직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민주당의 도종환 이개호 의원이 이번에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의도 뚜벅이(뚜벅이)= 전직 장관이 해당 부처를 감시감독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는 건 관례인데 그게 이번에 무너졌습니다. 장관 출신이 그 기관을 피감기관으로 두는 건 적절치 않은데 민주당의 선출 이유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게 돼 자리를 맡길 적절한 인사가 없었고 향후 통합당에 상임위원장을 맡길 생각이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지만 꼭 176명 의원 중에 그 두 의원이었어야 하느냐는 얘기가 나오죠.

청정수=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가 온정적으로 정부의 잘못을 덮고 넘어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죠. 통합당에서는 '도종환·이개호 방지법'까지 발의하며 맞섰습니다.

돌아봐=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이후 곧장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 국회 일정에 들어갔는데 어떤 모습이었나요.

담쟁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추경 심사 과정에서는 워낙 속도전을 벌이다 보니 졸속심사라는 지적도 나왔어요. 여당 입장에서는 위기에 직면한 민생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추경 심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운영위 등은 추경 심사를 47분만에 마친 점 등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일부 상임위 심사 끝에 되레 증액이 이뤄지기도 했고요. 특히 기재위 예산심사에서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예산 심의가 아닌 통과 목적의 상임위에 동의할 수 없다”며 퇴장까지 하는 풍경도 포착됐습니다.

딸바봉= 민주당 주도 아래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민주당을 위해 흘러갔죠. 특히 법사위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불러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하거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검찰개혁에 힘을 쓰고 있는 추 장관도 이에 동조하거나 한술 더 뜨는 모습을 보였고요. 야당이 부재하다 보니 민주당의 논리적 허점을 짚거나, 예산안 심사에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지적하는 장면도 없었습니다. 특히 부동산 ㆍ인천국제공항공사 논란 등 뜨거운 현안은 전혀 언급되지도 않았죠. 통합당도 야당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방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죠.

돌아봐= 통합당이 다음주 국회에 돌아오면 상임위원장 재배분 등 협상의 여지가 있을까요.

꺼진불도= 민주당 몫으로 선출된 17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환경노동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원장은 3선이 아닌 재선 의원이 맡아 눈길을 끌었죠. 때문에 일각에서는 통합당 몫으로 다시 돌려줄 것에 대비해 재선 위원장을 배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어요. 하지만 통합당이 자신들이 거부했던 7개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죠.

뚜벅이= 여권의 지지율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있어요. 상임위원장 독식에 대한 국민 여론부터 부동산 정책 논란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죠. 민주당 입장에서도 통합당을 끌어안는 모양새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통합당이 끝내 거부하면 21대 전반기 국회는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가운데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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