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감금ㆍ고문"... 전 홍콩주재 英영사관 직원 망명

입력
2020.07.02 20:00
구독

"BNO 여권 소지자 첫 정치적 망명 사례"

홍콩 반환 23주년인 1일 홍콩 도심에서 시위대가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로 370여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9명에게 홍콩보안법이 적용됐다.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 반환 23주년인 1일 홍콩 도심에서 시위대가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로 370여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9명에게 홍콩보안법이 적용됐다. 홍콩=AFP 연합뉴스


지난해 중국 공안에 억류돼 2주간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전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이 최근 영국으로 망명했다.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ㆍBNO) 여권 소지자의 정치적 망명 신청이 승인된 첫 사례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른 홍콩 탈출 움직임이 본격화할 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과거 영국 총영사관 직원이었던 사이먼 정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6일 영국 정부로부터 정치적 망명을 승인받았다"며 "BNO 소지자 중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영국 정부가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보여준 결의와 용기에 감사한다"면서 "보호를 원하는 다른 홍콩인들에게 전례가 됐으면 한다"고 썼다. 또 "우리는 팽창하는 전체주의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며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유를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먼 정은 지난해 8월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의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ㆍ구금됐다. 이 사건은 홍콩 시위 문제로 중국과 영국 간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발생해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사이먼 정은 이후 BBC 인터뷰에서 "감금된 15일간 눈가리개와 족쇄를 차야 했고 '영국이 홍콩 시위를 부추겼다고 실토하지 않으면 중국 본토로 보내겠다'는 공안의 협박을 받았다"며 "허위 성매매 혐의를 인정한 뒤에야 풀려났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그의 발언이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 시행을 밀어붙이자 오랫동안 홍콩을 지배했던 영국에선 BNO 소지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민주화 인사들이 영국으로 대거 이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BNO는 1997년 홍콩 반환 이전 홍콩 거주민에게 영국이 발급하던 여권으로 소지자가 영국 국민이라는 징표이지만 소지자에게 본토와 동일한 시민권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지난 2월 기준 홍콩 내 BNO 여권 소지자는 34만9,881명이다. 과거 소지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정부는 발빠르게 홍콩인에 대한 이주 지원책을 내놨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하원에 출석해 "홍콩보안법 제정과 시행은 영중 공동선언의 중대한 위반"이라며 "홍콩인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BNO 여권 소지자가  입국 후 5년간 거주ㆍ노동이 가능하도록 현행 이민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5년 뒤에는 정착 지위를 부여하고 이어 1년 뒤 시민권 신청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강유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