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부동산 규제까지… 지난달 신용대출, 주담대보다 3.5배 더 급증

입력
2020.07.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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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대출 희망자가 서류 등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대출 희망자가 서류 등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시중은행들의 일반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 개인 신용대출이 지난달 3조원 가까이 급증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저금리로 대출 문턱이 크게 낮아진데다, 정부가 부동산대출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 신용대출로 눈을 돌리는 ‘대출 풍선효과’까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주담대 증가는 주춤, 신용대출은 폭증

2일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7조5,232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8,374억원 늘어났다. 작년 같은 기간(102조4,306억원)과 비교하면 15조원이나 급증한 규모다.

올 들어 개인 신용대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2조2,409억원이나 증가한 바 있다. 당시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이 앞다퉈 은행 문을 두드렸고, 급락한 증시를 ‘기회’로 여긴 개인투자자까지 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 증가를 기록했는데 지난달 이마저 뛰어넘은 것이다.  

반면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451조4,558억원으로 전월보다 8,461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 3월과 4월에 두 달 연속 4조5,000억원대 증가세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주담대는 대출 액수가 큰데다 전체 가계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증가폭 역시 신용대출보다 높은 편이지만, 이달에는 신용대출이 주담대 증가의 3.5배나 많은 기현상이 발생했다.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 및 신용대출 잔액. 그래픽=강준구 기자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 및 신용대출 잔액. 그래픽=강준구 기자



신용대출 수요 늘어날 듯…은행 리스크 관리 골몰

이처럼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로 자금사정이 악화된 개인과 영세 소상공인들이 긴급 자금으로 신용대출을 끌어 쓴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최근 금리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 평균 금리는 연 2.72~3.28%로 작년 말(연 3.27~3.83%)보다 0.55%포인트 내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 부담이 줄면 대출자의 심리적 저항감도 낮아진다”며 “대출이 쉬워진만큼 빌리는 금액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고강도 6ㆍ17 대책을 통해 부동산 대출을 계속 조이면서 꽉 막힌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대신 상대적으로 느슨한 신용대출로 자금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심사 때 자금이 주택구입 용도로 쓰이는지를 확인하긴 하지만, 돈에 꼬리표가 있는 게 아닌 만큼 다른 목적으로 기재한 뒤 시차를 두고 주택을 구입한다면 대출금이 어디 쓰이는지 알 도리가 없다.

이에 더해 실물경제 악화에도 ‘동학개미’들의 주식투자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어 신용대출 자금 중에는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돈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 규제 지역에서 주담대를 받아 집을 사려면 6개월 안에 반드시 전입해야 하기 때문에,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을 중심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일부 상품의 한도 조정에 나서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 4월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소득 대비 한도 비율을 낮췄고, 우리은행은 이달 중 리스크심의위원회를 열고 일부 상품 한도를 조정할 지 논의할 예정이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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