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약상자ㆍ스마트 LED… 국가 유공자들의 건강 지킴이

입력
2020.07.06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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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리더스]KT가 6·25전쟁 참전용사 김갑생씨(오른쪽)에게 제공한 스마트약상자. KT 제공

[클린리더스]KT가 6·25전쟁 참전용사 김갑생씨(오른쪽)에게 제공한 스마트약상자. KT 제공


아내와 함께 대구 달성군에 사는 김갑생(96)씨는 꽃다운 20대 청춘을 6·25전쟁의 포화 속에 바쳤다. 수도사단 소속이었던 김씨는 경북 포항 안강전투, 강원 원산탈환전투 등 북한군에 맞서는 주요 전투에 참가해 여러 번 총상을 입고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김씨는 국가를 지킨 공헌과 희생정신을 인정 받아 2001년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았고, 2013년 국가보훈처에서 호국영웅기장증도 받았다.

김씨는 매일 신문을 읽을 정도로 정정하지만 워낙 고령이다 보니 고지혈증과 협심증, 고혈압 관리를 위해 다량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 문제는 약마다 복용 기간과 시간이 달라 김씨가 일일이 챙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시간에 맞춰 복용하는 것을 자주 잊어 의료진과 가족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그러던 김씨는 지난달 선물 받은 '스마트 약상자' 덕분에 고민을 덜었다. KT가 제공한 이 스마트 약상자는 약을 먹어야 하는 시간마다 알람을 울려주고, 약을 먹는 기록을 의료진과 자녀에게 알려준다. 김씨는 "약을 제시간에 먹는 게 고민이었는데, 스마트 약상자가 시간을 알려주고 보관도 해주니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김씨가 받은 스마트 약상자는 KT가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제공한 정보통신기술(ICT) 헬스케어 솔루션의 일환이다. KT의 이번 활동은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동맹(대구의 옛말 '달구벌'과 광주의 옛말 '빛고을'을 합친 말)'의 보훈병원과 연계해 진행됐다.

[클린리더스]KT가 광주 지역 국가유공자 가족에게 제공한 스마트 LED. KT 제공

[클린리더스]KT가 광주 지역 국가유공자 가족에게 제공한 스마트 LED. KT 제공


먼저 KT는 광주보훈병원의 추천을 받아 국가유공자 15명을 선정, 대상자 가정에 '스마트 발광다이오드(LED)'를 설치했다. 스마트 LED는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조명에 스피커, 센서가 달린 형태로, 움직임 감지와 알람 기능이 탑재된 사물인터넷(IoT) 제품이다.

KT의 스마트 LED에는 노인돌봄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리모컨에 달린 비상벨을 누르면 보훈병원 담당자에게 긴급 문자를 발송할 수 있고, 스피커를 통해서는 각종 건강정보와 생활정보를 전달 받을 수 있다. 특히 스피커에는 음성합성 기술(TTS)이 적용돼 병원 담당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 들려준다. 일정 시간 이상 어르신이 활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활동 감지 센서가 관리자에게 경고 알림을 띄우기도 한다.

KT로부터 스마트 LED를 선물 받은 김영수(90)씨도 6·25전쟁 참전용사다. 김씨는 "코로나 시대에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적적한데, 매일 스마트 LED 스피커를 통해 사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꼭 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KT의 '선물 세례'는 국가유공자 유족들에게도 전해졌다. 여러 차례 반복된 척추 수술로 하지 장애를 갖고 있는 국가유공자 유족 박정임(83)씨는 스마트 LED 선물을 받고 "누워서 전등을 켜고 끄는 게 가능해 생활이 무척 편리해졌다"며 "여러 기능들을 리모컨으로만 작동할 수 있는 부분이 가장 좋다"고 감사를 표했다.

스마트 LED 덕분에 가족들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덜었다. 국가유공자 유족 고남녀(82)씨의 아들 김성욱씨는 "혼자 지내는 어머니가 걱정되지만, 곁에서 매일 챙길 수 없아 마음이 불편했었다"며 "최근 스마트 LED를 집에 설치한 뒤부터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담당자가 먼저 이상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니 한결 든든해졌다"고 말했다.

[클린리더스]KT가 대구 지역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에게 제공한 '스마트 약상자' 관리 화면. 약 복용 현황을 보여준다. KT 제공

[클린리더스]KT가 대구 지역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에게 제공한 '스마트 약상자' 관리 화면. 약 복용 현황을 보여준다. KT 제공


대구에서는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복용 기록을 의료진과 가족에게 전달해주는 스마트 약상자가 보급됐다. KT는 지역 내 국가유공자와 취약계층 어르신 80명에게 스마트 약상자를 전달했다. 대구 보훈병원 담당자들이 직접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약마다 정해져 있는 시간에 맞춰 알람을 설정하고 사용법을 설명했다. 관리자 또는 자녀들이 어르신의 약 복용 현황을 모바일 웹을 통해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효율적인 복용 관리와 비대면 노인 돌봄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스마트 약상자 덕분에 의료진과 병원 담당자들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물론, 돌봄 서비스의 질도 함께 높아졌다. 대구보훈병원에서 환자나 노인 요양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전문가인 '케어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이종성 매니저는 "스마트 약상자가 보급된 후에는 방문 돌봄이 없는 날에도 어르신들의 복약 여부와 건강 관련 데이터를 원격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전보다 조금 더 세심하게 어르신들을 보살필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병원의 최수정 간호사는 "스마트 약상자를 통해 수집된 개인별 복약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으로 제공해드릴 수 있게 됐다"며 "국가유공자 분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움을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이번 기부 활동을 계기로 지난달 18일 대구보훈병원, 대구진명노인복지센터와 취약계층 만성질환자의 복약 관리 및 독거사 예방을 위한 IoT 헬스케어 사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8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 ICT를 활용한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KT는 지속적으로 보훈 가족을 위한 치매 예방과 치매 인식 개선을 위한 각종 사회공헌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단장은 "6·25전쟁 70년을 맞아 영호남을 넘나들며 국가유공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뜻깊은 활동이었다"며 "앞으로도 KT는 시니어 계층의 삶의 변화를 이끄는 비대면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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