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명환 “대리인 보내서라도 합의하자”더니, 노사정 협상 끝내 파기

입력
2020.07.02 0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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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협상 청신호' 기대감 물거품
일각선 "여론 의식해 흘린 것"

김명환 민주노총?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민주노총?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막판에 어그러지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1일 아침까지 타결을 점쳤고, 실제 오전 10시 30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노사정 협약식을 준비 중이었다. 정부의 기대에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었다.

 노사정 협상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날 오전까지 'OK' 사인을 보냈다. 민노총 지도부는 '강경파가 끝내 반대하는 등 부득이한 상황이 생기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대리인을 보내 합의문에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협상 대표단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합의에 반대하는 민노총 강경파들에게 사실상 감금된 상태였다. 

'대리인이라도 보내겠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민노총 지도부의 타결 의지가 크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민노총 강경파의 반대가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만큼, 정부가 이를 청신호로 해석한 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협약식을 앞두고도 김 위원장에겐 소식이 없었다. 대리인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내 김 위원장이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국무총리실은 10시 15분 ‘협약식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노사정 합의를 중재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물론이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총리공관으로 향하고 있거나, 이미 도착한 상황이었다.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이날 협약식은 차담회로 대체됐다.

협약식에선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합의문이 도출됐다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민주노총이 참여한 노사정 대타협’이 될 터였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일각에선 강경파와 여론사이에 낀 김 위원장이 '끝까지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대리인 서명 가능성을 흘린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다만 민주노총 핵심 관계자는 "전혀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신은별 기자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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