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처리 급한데 여당은 '증액 드라이브'... 난감한 기재부

입력
2020.07.02 09:00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0년도 제3회 추경 예산안' 제안설명에 앞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오대근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0년도 제3회 추경 예산안' 제안설명에 앞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오대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과정을 바라보는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깊다.

야당의 등원 거부로 견제 세력이 없어진 더불어민주당이 하루 만에 조(兆) 단위 예산을 증액하며 재정건전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지만, 한시가 급한 추경안 통과 전까지 증액 적절성을 논의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 소위원회는 1일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 세부 심사에 착수했다. 예결소위는 이날 삭감 대상을 먼저 심사한 뒤, 다음날 증액 부분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예정대로 2일까지 예결소위 심사가 마무리되면 3일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고, 곧바로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의결한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이다.

이날 예결소위는 감액 부분을 우선 심사했지만, 재정당국 입장에선 증액 규모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위원회 등 국회 상임위원회 16곳은 지난달 29일부터 3차 추경안에 대한 예비심사를 끝냈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 원안보다 예산 총액이 3조1,000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는 중소기업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예산 등 총 2조3,000억원을 늘렸고, 교육위는 대학 등록금 환불 관련 예산을 2,718억원 증액했다.

고용유지지원제도 확충을 위한 예산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이날 발표 예정이었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 합의문에는 △고용유지지원금 90% 상향 기간 3개월 연장 △특별고용지원업종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 연말까지 연장 △특고업종 추가 지정 검토 등이 담겼는데, 정부 추경안에는 여기에 필요한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노사정 합의는 민주노총 측 불참으로 불발됐지만, 정부 관계자는 "해당 대책에 필요한 예산을 3차 추경에 반영하는 게 나을지 국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기재부의 고민은 3차 추경의 시급성 못지 않게, 과도한 증액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 제출안(35조3,000억원)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까지 오르는데, 국회가 액수를 더 늘리면 그만큼 채무비율은 더 올라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과거보다 조금 빠른 건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대학 등록금 지원과 관련해선 "이른 시기에 (대학 측의) 소요를 판단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3차 추경이 아닌) 예비비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다.

하지만 재정부담을 논의할 시간은 많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의 증액 요구에 정부도  받아 들일 것은 받아 들이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앞으로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이틀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증액 규모를 둘러싼 국회-기재부의 샅바싸움과 시간은 별 상관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임시국회 내에 추경안을 처리하는 데 정부와 여당 간 컨센서스(동의)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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