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4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가 안 보인다

입력
2020.07.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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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위 20% 아파트값 평균 처음 4억원 돌파
현금 없는 무주택자 '내 집 마련' 더욱 어려워져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 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 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5월 말부터 문의가 쏟아지더니, 지난달에만 30~40건 매매됐어요."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정신없이 바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아파트 매수 희망자가 갑작스레 늘어난 탓이다. 그간 쌓여있던 매물은 한 달 새 모두 팔려나갔다. A씨는 "지난달 말 금호1차 전용면적 70.13㎡가 처음으로 4억원대 매매계약서를 썼다"며 "집주인이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올리고 있어, 이제 3억원대 아파트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서울의 '하위 20%' 저가 아파트값 평균마저 사상 처음 4억원을 넘어섰다. 강남구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저가 아파트가 모여있는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구)' 아파트값도 덩달아 오른 영향이다.

2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 하위 20%(1분위)의 평균가격은 전월보다 553만원 상승한 4억329만원이었다. 이는 서울에 있는 사실상 거의 대부분 아파트 가격이 4억원을 넘겼다는 뜻이다.

'노도강' 저가 아파트도 한달 새 수천만원씩 올라

실제 최근 저가 아파트는 씨가 마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도봉구의 지난달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0.13%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도봉구 아파트 중위(중앙)가격은 같은 기간 150만원 상승해 3억9,65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노원구와 강북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또한 전월보다 각각 0.18%, 0.17% 올랐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가격대는 더 높다. '노도강' 저가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이 한달 새 수천만원씩 올랐다는 것이다. '6ㆍ17 부동산 대책' 발표 전후로 집값이 더욱 들썩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쌍문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그간 4억원대였던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5억원에 매매됐으며, 호가는 6억원을 향하고 있다"며 "꿈틀거리던 집값에 6ㆍ17 대책이 기름을 부으며 매매거래가 더욱 많아졌다"고 말했다.


현금 없는 무주택자 '내 집 마련' 갈수록 어려워져

자산이 적은 청년층은 당혹해 하고 있다. 그나마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곳마저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노도강'에서 지난 5월 아파트 808가구가 매매됐는데, 그 중 265가구(32.8%)는 2030세대가 샀다.  같은 기간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서는 2030세대 비중이 25.4%에 불과했다.

무주택자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시세 4억원 주택의 담보인정비율(LTV)은 서울에서 40%다. 현금 2억4,000만원을 갖고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LTV 70%까지 가능한 보금자리론을 이용해도 1억2,000만원이 필요하다. 이 마저도 무주택자면서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여야 가능한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저가 아파트 실종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에서 3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며 "저금리 상황에 무주택자가 적극 대출하고 있으며, 아파트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기에 저가 아파트는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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