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경기 폭삭, 소나기가 아니라 장마의 시작인가

입력
2020.07.01 01:00
한은 총재, 위기기업 '선별'지원 전환 필요성 언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제조업 생산이 2개월 연속 급감했다.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지난 4월에 이어, 지난달 더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제조업 쇼크의 여파로 5월 경기지수는 서비스업 생산, 소매판매가 개선되고도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6.7% 급감했다. 광공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6.9% 감소한 영향이 컸다.  두 지표 모두 지난 4월 각각 6.7%, 7.0%씩 감소했지만 5월에도 비슷한 수준의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지난 4월에도 광공업과 제조업 생산 감소폭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이후 11년 4개월 만에 가장 컸었다.

생산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품목은 자동차였다. 전월 대비 21.4%, 전년 동월 대비 35.0% 급감했다. 올 3월 93.6(2015년=100 기준)까지 올라갔던 자동차 생산지수는 지난달 63.4까지 미끄럼틀을 탔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 대비 2.3% 증가하면서 전산업 생산 감소폭은 1.2%로 그나마 선방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국내 신규 확진자 수 증가폭 둔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과 맞물려 숙박ㆍ음식점업(14.4%), 예술ㆍ스포츠ㆍ여가(10.0%) 등을 중심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운송업 등 코로나19 피해가 여전해 전년 수준은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4월(5.3%)에 이어 5월에도 4.6% 증가하며 생산 쪽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긴급재난지원금이 5월부터 본격 지급되면서 전문소매점(10.5%), 슈퍼마켓ㆍ잡화점(2.2%) 등에서 소비가 늘어난 덕분이다. 또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으로 승용차 소비 역시 7.6% 증가했다.


내수 분야의 선전에도 제조업 추락이 계속되면서 종합적인 경기지수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8포인트 떨어진 96.5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였던 1999년 1월(96.5) 이후 2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0.3포인트 떨어져 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안형준 심의관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외환위기 수준이란 것은 우리 경기가 장기 추세에서 그만큼 많이 벗어나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지나가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장마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은행권의 기업 지원 방식에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초청 인사로 참석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대응도 길게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권이 기업을 지원하는 데도 지금처럼 전방위ㆍ무차별적 지원을 계속할 수 있는지, 접근 방식을 바꿔 지원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와 한은은 재정ㆍ통화 정책을 통해 경영난에 놓인 기업들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이 총재가 ‘선별’ 지원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좀 더 창의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있을 텐데, 어려운 기업이 영업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면 지원한다든지, 거래은행이 업종 변경을 권고한다든지, 기업의 경영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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