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들개 막기 위해 라디오 크게 튼다는데… 근본적 대책 없나

입력
2020.06.30 20:00
동물단체 “사살은 안돼, 포획해서 관리해야”


들개 내용을 다룬 EBS 세상을 잇는 다큐잇it 방송 캡처


제주 관광객과 도민들이 버린 유기견들이 야생화돼 농가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하면서 축산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주시는 30일 들개 피해가 우려되는 농가 주변에 조명 설치와 라디오 켜기 2가지를 지켜달라는 안내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한림읍 한 한우농가에 들개 6마리가 들어가 송아지 4마리를 습격했다. 이 송아지들은 어미소들과 별도로 마련된 축사에서 관리되고 있었는데 들개들의 공격으로 송아지 4마리는 결국 죽었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3년 동안의 들개 피해 현황을 보면 총 28건으로 2018년 13건, 2019년 12건, 올해 3건 등이다. 피해 가축수로 보면 2018년 닭 693마리, 송아지 1마리, 거위 3마리, 오리 117마리, 흑염소 3마리 등이다. 지난해에는 닭 500마리, 기러기(청둥오리) 50마리, 흑염소 5마리, 올해는 닭 66마리, 송아지 9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이는 농장동물의 피해만 집계된 것으로 노루 등의 피해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27일 밤 제주시 한림읍 한 농가 축사에 들개가 습격해 송아지를 위협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 TV에 잡혔다. 송아지 4마리가 들개에 의해 폐사했다. 연합뉴스


들개의 주된 사냥 대상은 새끼 노루로 추정된다는 게 제주시의 설명이다. 제주세계유산본부의 ‘제주 노루 행동생태 관리’에 따르면 야생화된 개의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노루의 털과 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주시가 조명과 라디오를 동원한 것은 들개가 한적하고 고요한 시간에 사람을 피해서 움직인다는 습성을 고려한 것이다. 제주시 축산과 관계자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면 들개들은 축사에 접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들개가 몇 마리가 활동하는 지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도 없는 상황이다. 또 워낙 머리가 좋고 재빨라 포획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제주시가 들개 피해를 막기 위해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건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임시방편이 아니라 들개에 대한 관리와 함께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시에서 조명과 라디오로 방지책을 세우는 것에 대해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다만 개들을 사살해선 안되며 포획해서 보호나 입양조치를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에 대해 피해를 보상해주고 들개들이 가축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시설을 보완하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획틀에 잡힌 들개. 서울시 제공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이형주 대표도 “들개들이 포획틀도 피할 줄 알만큼 머리가 좋기 때문에 라디오를 틀어놓는다고 해서 근본적 해결이 될진 모르겠다”며 “그래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중성화수술을 통해 유기동물의 수를 줄이는 것”라이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들개를 포획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며 “가능한 생포를 해서 유기동물센터에 넘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도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전반적으로 시행하는 등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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