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 美는 홍콩 특별대우 박탈 착수

입력
2020.06.30 17:03
수정
2020.06.30 23:44
1면

미, 군사장비 등 수출 중단 조치... 양국 갈등 격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29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에 맞서 홍콩에 군사장비 및 군사분야에 이용되는 첨단기술 수출을 중단키로 했다.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억압한 것으로 판단해 그간 중국과는 다른 체제로 인정하며 부여했던 특별대우 일부를 박탈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30일 예정대로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했다. 최근 외교ㆍ경제ㆍ군사분야 등에서 전방위 충돌 양상으로 치달은 미중 갈등이 홍콩 문제를 두고 더 격화할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기 직전 성명을 통해 "홍콩의 자유를 제거하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은 트럼프 정부가 이 지역에 대한 정책을 재평가하게 했다"면서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 절차 진행에 따라 미국은 군사장비 수출을 종료하고 이중용도(상업과 군사) 기술에 대해서도 홍콩에 중국과 동일한 제한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수출 허가 예외를 포함해 홍콩을 특별대우하는 상무부 규정이 중단된다"면서 "홍콩에 대한 특혜를 제거하는 추가적인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을 특별대우하는 각종 면제 혜택을 제거하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미국은 그동안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ㆍ투자ㆍ무역ㆍ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과는 다른 혜택을 부여해왔다. 중국에 대한 관세가 홍콩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홍콩인은 무비자로 미국 입국이 가능했다. 

이날 발표된 조치는 실제 무역 규모 측면에서 보면 제한적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홍콩에 240만달러(약 29억원) 상당의 군사장비 및 관련 서비스 수출을 승인했고 이 중 140만달러(약 17억원)어치가 인도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부분 홍콩 경찰이나 교정 인력에 영향을 미치는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첨단기술 수출이 금지될 경우 반도체 회사를 포함해 일부 다국적기업이 부품 수급이나 기술정보 공유의 차질을 우려해 근거지를 싱가포르 등으로 옮길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예상했다.

중국은 미국의 경고와 압박 속에서도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홍콩보안법을 표결 처리했다. 홍콩보안법은 중국 정부가 홍콩에 국가안보위원회를 설치해 국가 정권 전복 등을 금지ㆍ처벌하는 업무를 직접 관장하는 게 골자다. '외부세력과의 결탁'을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자의적인 법 집행 우려가 상당하고, 단순 시위 참가자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최고형이 중국 본토 형법상 국가전복 등에 해당하는 종신형으로 대폭 강화됐고, 법안의 소급적용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홍콩 정부는 이날 밤늦게 실질적 헌법인 기본법 부칙에 홍콩보안법을 삽입했고,  홍콩 주권 반환 기념일인 7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1년간 홍콩을 괴롭힌 사회적 혼란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 내 일부 인사가 미국 정부에 홍콩 내정 간섭과 제재를 구걸했다"고 민주파 진영을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 홍콩 시민사회 연대체인 민간인권진선(진선)은 "주권 반환일이자 홍콩보안법 발효일인 1일  대규모 시민 불복종 운동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조치를 예고한 미국은  중국의 반응을 보면서 대응 수위를 높이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홍콩 문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해온 중국도 상응하는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어렵사리 도달했던 1단계 미중 무역합의까지 흔들릴 만큼 미중 갈등이 격화할 공산이 크다.  다만 미국 재계가 홍콩 제재시 미국 기업이 받을 타격을 우려하고 있고,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도 미중 무역합의의 유지를 원하고 있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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