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같은 훌륭한 리더와 그의 개혁사상 세계화 나서야”

입력
2020.06.30 16:45
수정
2020.06.30 18:47
23면

정조 연구 권위자 김준혁 한신대 교수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김준혁 교수가 지난 20일 발행한 책 '리더라면 정조처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조 연구 권위자인 김 교수는 역사상 최고의 개혁군주였던 정조를 통해 저성장과 실업, 전염병과 전쟁의 위험 속에 노출된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리더의 자질을 설명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김준혁 교수가 지난 20일 발행한 책 '리더라면 정조처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조 연구 권위자인 김 교수는 역사상 최고의 개혁군주였던 정조를 통해 저성장과 실업, 전염병과 전쟁의 위험 속에 노출된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리더의 자질을 설명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K팝, K방역은 국경을 넘지만, 역사적 인물 중 외국에 알려진 사람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정조(이산ㆍ1752~1800)의 애민(愛民) 리더십과 개혁사상을 세계에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합니다.”

정조 연구 국내 권위자인 김준혁(52) 한신대 교수는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조 리더십’의 해외 전파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정조 리더십을 이해하기 쉽게 분석한 ‘리더라면 정조처럼’을 출간했다. 이 책은 김 교수의 ‘정조 시리즈’ 완결편이다. 앞서 그는 지난 2017년 1월 ‘화성, 정조와 다산의 꿈이 어우러진 대동의 도시’, 1년 뒤에는 ‘정조가 만든 조선의 최강 군대-장용영’을 펴낸 바 있다.

김 교수는 정조가 조선시대 세종과 더불어 양대 성군(聖君)이어서 정조 홍보에 적극 나선 건  아니라고 했다. “정조의 드라마틱한 삶과 약자를 위하는 군주의 모습 자체가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충분한 이야깃거리죠.”

실제 정조는 열 살 때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비운의 왕이었다. 또 외척들의 견제와 암살 위기 등 순탄하지 않은 과정을 넘겨 스물넷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다.

한편으로는 절대 군주이면서도 약자 편에 서 인권 강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즉위 이듬해인 1777년 서얼허통(庶?許通)을 단행해, 계급적 차별에 울분이 쌓여 있던 서얼들의 문과 응시를 가능하게 했다. 1791년에는 신해통공(辛亥通共)을 전격적으로 실시해 모든 백성들이 자유로이 장사 할 수 있게 했다.

애민ㆍ개혁의 상징이지만 2009년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정조처럼 개혁하겠다”고 선언한 게 외국 저명인사의 유일한 정조 관련 언급이다.

답답한 현실을 바꿔 보고자 그는 2015년 ‘정조 사상 홍보마케팅 계획’을 세웠다.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미국 워싱턴대, 뉴욕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들을 초청해 5년간 공동 세미나를 개최한 후 2020년 UN 산하인 유네스코(UNESCO)와 함께 ‘정조 컨퍼런스’를 개최한다는 원대한 꿈이었다. “경기문화재단에 기획서를 제출했으나 최종 결정 과정에서 안 됐다”며 “이 일이 성사됐다면 지금 정조가 세계적으로 훨씬 더 유명해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 마지막 TV 연설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정조의 개혁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과 정조의 닮은 점을 물었다. “따뜻한 심성을 지녔고,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는 점, 측근 비리 불허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재와 미래의 지도자들의 중요한 리더의 덕목은 뭘까. 그는 자기 헌신과 전문적인 식견을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이 새 시대를 선도해야 하는 만큼 정치세력의 통합ㆍ통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국민들을 향한 헌신과 더불어 경제와 사회복지 등 각 전문 분야를 치밀하게 공부해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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