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는 서울 몰리고, 늙어서도 수도권 못떠난다

입력
2020.06.30 01: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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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ㆍ공공기관 이전 약발 떨어져
2017년부터 수도권 인구 순유입 전환
올해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앞질러

18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마스크 쓴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18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마스크 쓴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수도권 인구가 매년 증가하는 등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한계에 다다른 결과다. 

특히 젊은 나이에 교육, 취업 등을 이유로 상경한 뒤, 나이가 들어서도 경기 등 수도권 내에서만 머무르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올해 처음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서는 수도권 인구는 앞으로 더욱 격차를 벌릴 전망이다.

지난해 수도권 순유입 인구 8만3,000명... "매년 증가"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순유입(전입〉전출)을 기록 중이다.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인구가 빠져나가는 인구보다 3년 연속 많았다는 뜻이다. 순유입 규모는 △2017년 1만6,000명 △2018년 6만명 △2019년 8만3,000명으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수도권 집중 현상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약발이 다 떨어진 영향이 크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시행된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으로 한동안 수도권 인구 순유출이 발생했지만, 2017년까지 대부분 기관 이전이 마무리되면서 다시 수도권으로 인구가 순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등으로 2011년 처음 순유출(-8,000명)을 기록했던 수도권 인구는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는 유출 인구가 더 많았다.

20대는 '비수도권→서울', 30대는 '서울→경기' 이동

재개된 수도권 쏠림 현상 속에 비수도권에서 서울로 먼저 이주한 뒤, 경기로 빠져나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비수도권에서 서울로 이주한 순유입 인구는 4만6,000명으로 비수도권→경기(3만5,000명)보다 많았다. 특히 비수도권→서울 인구는 △2016년 7,000명 △2017년 1만7,000명 △2018년 3만4,000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대에서만 지난해 총 7만6,000명이 수도권으로 이주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4만7,000명이 서울로 향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대학과 일자리다.  지난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 가운데 6만4,000명은 전입 사유로 '직장'을 꼽았다. 2017년(3만1,000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교육' 때문에 수도권으로 향했다는 사람도 △2015년 1만3,000명 △2017년 1만6,000명 △2019년 2만1,000명으로 늘고 있다.


문제는 수도권에 한 번 발을 들이면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인구는 최근 수십년 간 순유출되고 있지만, 비수도권에 대해서는 2016년부터 4년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서울→경기 이주자가 9만6,000명에 달하는 등 서울을 떠나는 사람은 대부분 비수도권이 아닌 경기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별로는 3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서울에서 경기로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반면 은퇴 후 귀농ㆍ귀촌 수요가 있는 60세 이상에서마저 서울에서 비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인구는 3,000명 수준에 불과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수도권 내 인구 이동의 주요인은 주거"라며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시기에 경기 신도시 등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수도권>비수도권 인구 역전… "격차 확대될 것"

이 같은 추세 속에 통계청은 지난해 발표한 2017년 기준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 올해 수도권 인구가 2,596만명에 달해 비수도권 인구(2,582만명)을 처음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수도권 인구는 2070년 1,983만명으로 향후 50년 간 23.6% 줄어드는 반면, 비수도권 인구는 30.3% 감소한 1,799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두 지역 모두 인구가 쪼그라들지만, 격차가 더 확대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에 청년층을 붙잡을 유인이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수도권에 몰려 있는 주요 대학과 일자리가,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1차적인 원인"이라며 "그로 인해 청년들이 생활하고 일할  인프라 수준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청년들을 더욱 지방에서 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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