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다는 함께 책임지는 실천의식을

입력
2020.06.30 04:30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와동초등학교 학생들의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의료진. 뉴스1


코로나19 사태가 다섯 달을 꽉 채워간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이 전반인지 중반인지 가늠이 어렵다. 신종이고, 세계적 유행이자 재난 상황임을 매일 새롭게 느낀다.

최근 경기도 코로나19 의료·방역 대응팀 1,112명을 조사했다. 민간·공공기관 의료인, 현장 역학조사관, 보건기관 공무원들이 응답자였다. 이들의 절반은 현 근무지가 감염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매일 업무에 투입되고 있었고, 같은 시기 조사한 일반인보다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3.5배나 높게 보고 있었다. 

업무 지속을 위해 필요하나 충족되지 못한 것을 물어보니, 개인 보호구 부족이 큰 문제인 외국과 달리, 식사·휴식시간, 교대 인력, 초과 업무 보상, 스트레스 대응 등 재난심리 지원에 부족함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코로나 업무 기간이 길수록 건강이 나빠졌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미충족 수요가 큰 응답자에게서 그 영향력이 더 뚜렷했다. 식사와 휴식을 위한 시간을 좀 더 보장해주고, 교대할 인력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이 코로나 업무 장기화가 주는 신체·정신적 피로를 줄여줄 수 있다는 의미다. 

전체적으로 이들 인력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갈이 상당했다. 열 중 여섯이 정서적 탈진이고, 특히 간호사에게서 심했다. 응답자의 열 중 둘 정도는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의 스트레스 상황이었는데, 동일 문항에 답한 일반인에게 나와 주변의 안전 걱정이 스트레스라면, 이들에겐 무기력, 좌절과 분노가 스트레스의 주된 출처였다. 결과에 대해 한 방역 인력은 ‘애쓰고 있지만 집단감염은 계속되고, (자신이 일하는) 수도권 감염상황은 오히려 심각해지는 것을 보며 겪는 것이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뿐 아니라 보건소 공무원의 업무 소통 스트레스, 환자치료 의료진의 낙인 두려움도 드러났고, 20대와 현장파견 인력은 ‘업무 투입이 자발적이지 않았고, 처우가 불공정하고,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근무시간 조정이 없었다’는 인식이 다른 집단보다 컸다. 

의료·방역 대응팀의 업무 지속 의지는 그런데도 놀라운 수준이다. 열 중 여덟이 ‘코로나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내가 맡은 일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가도 좋은가. 장기전이 예상되는 코로나 전선에 신체와 영혼이 탈진 상태인 이들의 결사 항전에 계속 기대서 가도 되는가. 

이들을 전사나 천사로 칭송하는 것은 의미 있다. 그러나 이 여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사라기보다 연대다. 시민에겐 건강권이 있지만 동시에 건강 위험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을 함께 진다는 실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책무성 발휘가 필요하다. 전국적인 조사를 벌여 코로나19 의료· 보건 인력 대응팀의 업무 실태를 파악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여기에 기초한 장기대응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감염병 위험사회’는 당국 등을 향한 수직적 신뢰나 일방향 응원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 우리가 의존하는 인력과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탑재된 ‘관계 방역’ 강화, 정부가 현장의 부족에 반응하고 그에 부응하는 ‘정책 방역’ 강화가 바이러스에 맞설 사회적 면역력의 동력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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