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개혁 성적표

입력
2020.06.29 04:30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직원 1,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키로 하면서 벌어진 ‘인국공 사태’ 후폭풍이 간단치 않다. 취업준비생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현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공정’의 문제를 정면에서 흔들고 있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한 1호 사업장이다. 이를 맞추다 보니 정규직이 1,500명인 공사에 1,900명이 새로 정규직이 되면서 신규채용도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불만과 논쟁이 격화된 것이다. 

인천공항은 대학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공기업 1위로 매년 꼽히는 ‘꿈의 직장’이다. 운좋게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정규직 신분으로 바뀌니 ‘로또 취업’이 아니고 무엇인가. ‘노노 갈등’도 있다. 2017년 5월12일 이전 입사자는 적격심사만 거치지만, 이후 입사자는 필기전형을 거쳐야 해 탈락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준점은 대통령이 그곳을 방문한 날짜다. 모두가 공감할 원칙이 있어야 ‘정의롭다’고 할 텐데 누구는 재수가 좋아서 정규직이 되고 누구는 이를 지켜보며 가슴을 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취준생과 비정규직,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대립으로 ‘을 사이의 갈등’만 커지게  됐다. 

공정의 문제는 ‘조국 사태’부터 비롯됐다. 이를 돌파하는 와중에 대통령 말 한마디로 대학 입시 제도가 바뀌는 촌극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은 작년 10월 조국 사태의 한복판에서 “대학입시의 정시모집 선발 비율을 4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대입에서 수시비율을 꾸준히 높여가던 정부가 하루아침에 정시 확대로 방향을 틀면서 학교현장은 패닉에 빠졌다. 초중고 과정이 학종(학생부종합전형)으로 최적화된 가운데 갑자기 정시 비율을 높인 것이다.  

조국 사태로 무너진 공정성의 문제를 만회하려는 고육책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사실 대학부터 바로잡는 게 순서였다.  대학의 ‘깜깜이 전형’을 투명하게 개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지, 오랜 기간 쌓아온 것들을 뒤집고 조국 한 사람으로 인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진보교육계도 배신감에 떨기 충분했다. 정시가 확대되면 학군 좋은 강남 집값만 올려놓을 것이란 전망은 사실상 현실이 됐다.  

부동산 정책이야말로 빼놓을 수 없다. 이번 6·17대책은 무려 21번째 처방이다. 초강력 대출규제와 보유세 강화를 내놨지만 결국 안 먹혔다. 핀셋 규제는 옆 동네의 투기 바람으로 이어졌고, 매매시장을 누르니 전세시장이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현상을 잡기 위해 더 강한 것들을 뻥뻥 터트리면서 더 큰 혼란만 야기되고 있다. 매매와 전셋값은 일제히 올랐다. 이번 대책으로 무주택자는 전세난에 시달리고,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져 분노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가장 많이 올려놓은 게 현정부란 점은 최근 경실련 발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 결국 다른 데까지 다 올려놨다. 강남 집주인들은  “집값 올려준 현정부가 고맙다”며 속으로 웃고 있다고 한다.  

현정부의 거대한 사회개혁 작업이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치고 있다. ‘인국공 사태’는 불공정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와 달리 공정의 문제가 더 부각되는 딜레마에 빠졌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취준생들의 불만에 대해 “필기시험에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 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가 청년들의 반발을 샀다. 방어에 급급하다 보면 스텝이 꼬이고 궤변을 양산하기 마련이다. 개혁의 취지가 아무리 가슴을 뜨겁게 해도 나타나는 결과가 정반대라면 애초 설계가 잘못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집권 후반기로 가는 지금 급할수록 제대로 따져볼 시점이다. 




박석원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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