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G7' 한국 참여 딴지 건 日, 옹졸하고 군색하다

입력
2020.06.29 04:30
27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개편 구상과 관련, 한국 참여 반대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반대 이유로 북한이나 중국을 대하는 한국의 자세가 G7과 다르다는 점을 거론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화해를 우선시하며 친중국 성향을 보인다는 점을 문제 삼아 현 G7 틀의 유지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G7 확대 개편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9월 미국에서 열릴 정상회의에 한국, 호주, 러시아, 인도를 초청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난 1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G7은 낡은 체제로 현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G11이나 G12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해 이번 초청이 단발성이 아닌 G7 확대 개편을 염두에 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로서는 기회이자 도전이기에 이 구상을 꺼릴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의 제안에 적극 호응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G7 확대 개편은 제기된 의도나 참여국가에 대한 찬반이 엇갈린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트럼프가 다른 회원국들과 사전 논의 없이 불쑥 이런 제안을 꺼낸 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하다. 국제법을 위반한 크림반도  합병으로 G8에서 배제됐던 러시아가 슬그머니 포함된 것에 영국, 캐나다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G7 확대 구상이 결국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지금으로서는 알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일본이 유독 한국을 염두에 둔 견제 외교를 벌이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최근 볼턴 회고록에서도 드러났듯이 아베 정부는 미국 내 강경 우파와 이해를 같이 하며 북미 비핵화 협상이나 남북 관계 진전에 훼방을 놓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G7에 한국을 참여시켜서는 안 된다는 논리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일본은 대화와 협상으로 역내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보다 힘과 압박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냉전적 사고로 평화가 가능한지 먼저 자문해야 마땅하다. 이런 태도가 자국의 존재감 하락에 대한 우려나 과거사 갈등 분풀이라는 참으로 속좁은 외교에서 나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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