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에 대한 오해

입력
2020.06.25 16:00
수정
2020.06.25 17:25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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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김 수출국이다. 2019년에 5.8억달러를 수출하여 2010년 1.1억달러에 비해 5배 이상 늘었고, 갈수록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져 조만간 매년 1조원 이상의 수출이 기대된다. 최근 김의 인기가 급성장한 것은 김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감칠맛과 식품회사의 가공기술 그리고 한류가 절묘하게 결합한 덕분인 것 같다.

식품의 감칠맛 성분은 크게 아미노산 계통의 글루탐산과 핵산 계통의 이노신산과 구아닐산이 있다. 김의 글루탐산 함량은 다시마에게만 밀릴 뿐 고기나 치즈보다 월등히 많고, 이노신산은 고기나 멸치보다는 작지만 일반 식재료보다는 월등히 많다. 더구나 표고버섯이나 대하 정도에나 들어 있는 희소한 감칠맛 재료인 구아닐산도 상당량 들어 있다. 감칠맛은 글루탐산은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핵산계 물질과 같이 있을 때 7~30배 까지도 증폭되는데, 김은 감칠맛의 핵심성분들이 모두 많이 들어 있어서 종합적으로는 최고의 감칠맛 재료인 것이다. 김은 1960년대 초까지 대부분 일본에 수출되어 서민들은 맛보기도 힘들었다. 이런 김을 서양인은 바다에서 나는 잡초 정도로 생각하여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의 방문도 많아지고, 한국인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이미지도 좋아져 외국에서도 건강간식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외국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것은 고소한 기름과 소금으로 맛을 낸 후 먹기 쉬운 형태로 포장된 조미김이다. 세상에서 가장 질 좋은 한국 김을 적절히 간을 하고 기름을 바른 후 로스팅을 하여 향까지 끌어올렸으니, 사실 김은 잘 구운 스테이크를 얇게 말린 것과 같은 최고의 감칠맛 재료인 것이다. 더구나 최적의 포장기술로 바삭한 식감을 오래 유지하게 하였으니 좋은 식재료와 최고의 가공기술이 만나 세상을 휘어잡을 맛있는 제품이 된 것이다. 그래서 김의 수출액은 이미 인삼보다 많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수출이 기대되는 품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한국의 대표 수산물에 어두운 구석이 있다. 바로 김의 활성처리제에 관한 논란이다. 우리는 가끔 일부 김 양식 어민들이 무기산을 불법으로 사용해 단속되었다는 보도를 접하곤 한다. 김을 양식하는 동안 파래, 매생이, 규조류 등이 달라붙어 김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병이 발생해 김 품질이 떨어지고 폐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염산을 사용하면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생산성뿐 아니라 색택과 윤기, 바삭함 또한 좋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염산하면 무작정 두려워하는 여론에 밀려 염산의 사용을 금지하고 유기산을 주성분으로 한 처리제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염산을 8~9.5%로 낮추고 유기산인 구연산을 10% 추가한 것이다. 문제는 가격만 비싸지 처리 효과, 사용성, 품질 측면에서 어떠한 장점도 없다는 것이다. 구연산은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여 식품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미료이다. 그런데 염산은 35% 함량의 20ℓ 제품이 4,000원 정도로, 1㎏에 200원도 안 되는 즉 생수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된다. 현대의 화학기술이 만든 가격의 혁명인 것이다.

이런 염산의 원료는 바닷물의 주성분인 소금이다. 소금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염소가스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반응시켜 물에 녹이면 염산(HCl)이 된다. 그리고 나머지 반쪽인 나트륨(Na)과 물의 반쪽인 하이드록시가 만나면 수산화나트륨(NaOH)이 된다.

알고 보면 염산은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고 깔끔한 산이자 우리와 가까운 산이다. 우리 몸의 위에서 만든 위산이 바로 염산으로, 매일 1~2L 만들어 단백질을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고, 단백질 분해 효소도 활성화시켜 단백질 대사에 큰 역할을 하고, 미생물도 사멸시켜 질병도 막는다. 염산이 이런 효과를 보이려면 수소이온이 중성에 비해 10만배나 많은 pH 2.0 이하여야 한다. 그래서 토할 때면 입이나 목에 염산으로 인한 강한 시큼함이 느껴진다. 0.35% 염산은 pH가 1 정도로 위험해지기 시작해, 3.5%면 상당히 위험하며, 35%면 매우 위험하다. 초속 0.3~0.4m의 미풍은 안전하지만, 초속 30~40m의 태풍은 매우 위험한 것과 똑같은 원리다.

그런데 소비자가 불안해한다고 무작정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구연산은 약산이다. 성질이 온순하고 부드럽다는 뜻이 아니라 어느 정도 pH가 낮아지면 더 이상 수소이온을 내놓지 못하고 결합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염산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고 처리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4~8배의 비용을 들여 봐야 효과는 적고 , 추운 겨울바다에서 훨씬 긴 시간을 노동해야 한다. 염산은 바닷물의 성분 그대로라 잔류물도 없는데 소비자의 인식이 나쁘다는 이유로 무작정 금지하는 것이 소비자 건강이나 환경에 더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염산에 대한 오해는 산분해 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식품인 김에도 있는 것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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