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센터 거리에서 부천의 '청계천'으로...시민의 강 심곡천

입력
2020.07.03 06:00
<21> 부천 상상거리~부천대학로~심곡천

2017년 심곡천 복원을 마친 후 일반에 공개되기 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부천시 제공


인구 80만의 경기 부천시는 경기도에 속하지만 '인천 속 경기도'로 통한다. 생활권은 물론  지역전화번호도  ‘031’이 아닌 인천의 ‘032’를 사용한다. 조선시대 부평도호부의 동남부지역에 있었고, 1895년 인천부 부평군에 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되고, 부천에 소사역이 생기면서 취락이 발달했다. 1973년 소사역이 속한 소사읍을 중심으로 부천시로 승격됐다. 이듬해 시는  수도권 전철 개통에 맞춰  ‘소사역’ 이름을  ‘부천역’으로 바꾸고, 역곡역과의 사이에 생긴 역을 ‘소사역’으로 정했다.

이후 경인선 개통 110년 만인 1999년 민자역사가 들어서면서 부천역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의 역세권이 확대됐다. 특히 북쪽 유동 인구가 더 많아 상권 역시 북쪽이 더욱 커졌고, 시민들을 위한 공간도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의 부천 모습을 본격 갖추기 시작했다.

일명 '땡땡이골목'이었던 곳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상상거리'가 됐다. 상상거리 초입에 마련된 조형물이 이색적이다. 임명수 기자

번잡한 부천역 주변이지만, 역에서 북쪽 광장으로 나오면 '상상거리'를 만난다. 만화 콘텐츠를 테마로 한 거리다. 이어 만나는 '부천대학로'에서는 캠퍼스 낭만도 느껴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부천의 청계천'으로 불리는 심곡천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연인과 가족이 함께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도심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는 흔치 않다.


‘땡땡이 골목’에서 만화 속 ‘상상거리’

경기 부천시 수도권 전철 1호선 부천역 북광장 3번 출구로 나서면 길이 400m가량의 ‘상상거리’를 만난다.  과거 철길 건널목 신호등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땡땡이 골목’으로도 불리던 거리다. 만화의 도시를 표방하고 나선 부천시가 만화 캐릭터로 곳곳을 꾸미면서 더 많은 젊은이가 찾는 거리가 됐다. 상가들도 휴대폰과 주얼리 매장, 옷가게,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게임장 등 젊은이 취향에 맞춰졌다. 부천 남부역과 북부역을 연결하는 지하보행로는 여전히 ‘땡땡이 지하보도’로 불린다.

인구가 늘어나고 주민들의 왕래가 많아지면서 ‘땡땡이 골목’은 자연스레 지역의 명소가 됐고, 만남의 광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변화의  중심에 있었지만 1990년대부터 지역경제 침체로 슬럼화 하기 시작했다.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 지역주민, 만화가, 디자이너 등의 도움을 꾸민 것이 지금의  ‘상상거리’다.

‘상상거리’ 초입에는 거리를 알리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한 남성이 열심히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상인데, 뒤에서 보면 실제 사람이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상거리 광장에 세워진 조형물과 거리가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임명수 기자


만화 도시를 표방한 만큼 벽화와 조형물, 가로등 등 곳곳이 만화 캐릭터로 디자인된 게 이 거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상상거리 중간에는 광장이 있다. 광장에는 수십여 권의 책이 10m 높이로 쌓였는데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보였다. 조형물 밑에는 ‘상상거리’ 조성에 참여한 박재동씨 등 국내 유명 만화가 10명의 핸드프린팅 캐릭터 동판도 새겨져 있다.

거리에서 만난 김지희(23)씨는 “친구가 부천에 살고 있어 가끔 놀러오는데, 서울의 홍대처럼 '젊음'이 넘치는 거리"라고 말했다.

 상상거리에서 만난 한 상인들도 “건물이 오래돼 허름하고 저녁이면 슬럼가처럼 어둡던 곳이 만화 요소가 더해지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굴곡은 있었지만, 지금은 부천의 대표 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상상거리와 심곡천길을 잇는 부천대학로. 차량 통행을 줄이고 양옆으로 인도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임명수 기자


캠퍼스 낭만이 있는 부천대학로

‘상상거리’를 빠져나와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바로 캠퍼스 낭만이 있는 ‘대학로길’을 마주한다.

‘대학로길’은 바둑판 모양처럼 중간에 골목이 많다. 가운데 길을 따라 올라가면 소나무를 중심으로 열십자 모양의 도로가  있는데 이들 도로가 바로 ‘대학로길’이다. 골목 안쪽은 주택가가 대부분이지만 ‘대학로길’은 1, 2층이 대부분 상가로 이뤄져 있다. 그곳에는 커피숍과 다양한 메뉴의 식당들이 입점해 있고, 취향은 역시나 20~30대에 맞춰져 있다. 오전에 찾으면 상상거리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시민들이 도심 속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넓은 도로폭을 차량 한 대 정도 지나는 일방통행으로 만들고 그  양쪽으로 인도를 놨다. 실제 인도는 3, 4명이 나란히 걸어도 될 정도다. 하지만 일부 상인과 이용객들이 넓은 인도에 차량을 불법 주차해 놓는 바람에 당초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주민 최모씨는 “대학로길이라고 거창하게 표지판만 세워놓지 말고 불법 주차를 근절해 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가끔 아이들이 뛰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부천의 청계천이라 불리는 심곡천

심곡천은 본래 전철 1호선 소사역 인근 쌍굴다리에서 시작해 심곡동을 거쳐 굴포천까지 7㎞에 이르는 지방 하천이다. 1986년 도시가 팽창하고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콘크리트로 덮인 후 31년 동안 상부는 도로, 하부는 하수도 시설로 사용돼 왔다.

지난 7일 오후 무더위를 피해 심곡천을 찾은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산책을 하며 즐기고있다. 임명수 기자

복개된 도로는 차량정비와 타이어 전문점 등 자동차 관련 업종이 들어섰다. ‘엥~엥~’ 볼트 조이는 소리에 민원이 빗발쳤지만 ‘카센터 거리’로 불릴 만큼 성업 중이어서 시에서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 소명여고 사거리에서부터 부천시보건소 입구까지 1㎞ 구간 도로 양쪽으로 200여개의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자연스레 불법 주정차도 성행했고, 차량의 인도 점령은 당연시 되기도 했다.


심곡천 부천시보건소 방향에 마련된 빛광장에서 시민들이 계단을 통해 심곡천 탐방로로 내려가고 있다. 임명수 기자 


그랬던 심곡천 복개도로가 31년 만인 2017년 제모습을 찾았다. 전체 7km 구간 중 소명여고 사거리부터 원미보건소까지 1㎞ 구간만 우선 복구됐다. 폭은 18.6m, 수심은 아이들 무릎 높이 정도다.  차량 흐름을 위해 양쪽으로 2개 차로씩은 남겨뒀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서울의 청계천을 떠올리는 이유다. 실제 ‘부천의 청계천’으로도 불린다.

심곡천 복원사업은 2011년 6월 환경부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210억원과 도·시비 등 400억 원이 투입됐다.

앞선 ‘상상거리’를 지나 ‘대학로길’을 직진해 관통한 뒤 그대로 직진하면서 장말로 351번길(길이 200여m)과 부흥로 356번길(50m)을 지나면 부천시보건소 앞 심곡천을 만날 수 있다.

시는 이들 도로를 연결하기 위해 몇 해 전 장말로 351번길과 부흥로 356번길 등 250m 구간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었다. 시멘트 도로를 아스팔트로 변경했고, 보행로를 확보하는 등 심곡천까지의 접근성을 최대한 확보한 것이다.

심곡천에 위치한 원미초등학교 외벽은 만화 도시를 표방하는 콘셉트에 맞게 만화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다. 임명수 기자

심곡천 입구에 들어서면 전체 구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안내표지판과 ‘걷고 싶은 하천 함께하는 물길 심곡 시민의 강’이라는 문구가 큰 바위에 적혀 있다.

심곡천이 복원되면서 상권에도 변화가 생겼다. 도로 폭이 줄어들면서 주·정차가 불가능해지니 카센터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카페와 음식점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주택을 개조한 커피전문점도 들어섰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흉물스러웠던 건물 외벽은 노란색과 연두색 등 파스텔톤 색으로 변했다. 인근 원미초등학교 담벼락은 부천의 명물 만화 캐릭터들로 도배됐다. 공영주차장 외벽도 만화 캐릭터로 채워졌다.

차량 정비 업소 등이 일부 남아 있지만 이전을 고려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자연스레 매연이 줄면서 공기가 맑아졌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집값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심곡천 인근에 마련된 봄비공원에 어르신들이 쉬고 있다. 임명수 기자


물은 하루 2만1,000톤의 2급수를 굴포하수처리장에서 끌어와 흘려 보낸다. 탐방로에는 소나무와 철쭉; 이팝나무, 물억새 등 수 백 여 종을 심었다. 붕어와 잉어, 피라미에 모기 유층의 천적인 미꾸라지도 방류했다.

탐방로는 중간 중간 심곡천을 가로질러 건널 수 있도록 설치해 지루함이 없도록 했다. 복개도로를 받치고 있던 기둥 일부를 철거하지 않아 후대에 역사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벽화를 통해 심곡천의 옛 모습과 복개당시 모습, 복원 공사 과정 등을 담아 심곡천의 역사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심곡천에서 물놀이를 하던 김기종(43)씨는 “코로나19로 아이들과 나들이도 못했는데 더위도 식힐 겸 나왔다”며 “동네에 이런 좋은 산책로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심곡천 옆에 조성된 쉼터에서 쉬고 있던 최모(76)씨는 “하천을 덮은 뒤로는 시끄럽고 여름에는 무척 더웠다”며 “다시 걷어내니까 시원하고 보기도 좋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나옥순(72)씨는 “(심곡천 복원 후 찾은) 며느리가 ‘시어머니 좋은 데 사신다’며 부러워 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심곡천 옆 공영주차장의 외벽은 만화 도시를 표방하는 콘셉트에 맞게 만화캐릭턱 벽화가 그려져 있다. 임명수 기자


임명수 기자
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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