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빌려온 함성소리·인종차별 반대 무릎꿇기… 석 달 만에 돌아온 EPL 풍경

입력
2020.06.18 15:38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경기 도중 선수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경기 도중 선수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A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돌아왔다. 18일(한국시간) EPL은 2019~20시즌 EPL 28라운드 잔여경기인 아스톤 빌라-셰필드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아스널의 경기를 시작으로 리그를 재개했다. 지난 3월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한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무관중으로 재개된 EPL, 경기장은 적막했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AP연합뉴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AP연합뉴스


영국은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다. 확진자 수가 30만 명에 육박한다. 사망자 수도 4만 명이 넘는다. 전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에 경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평소 같았으면 수만 명의 관중들로 들어찼을 경기장은 텅 비어 있었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경기장 입구 및 개찰구가 굳게 닫혀있다. AP연합뉴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경기장 입구 및 개찰구가 굳게 닫혀있다. AP연합뉴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아스널의 맞대결이 펼쳐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 역시 마찬가지였다. ESPN은 ‘클럽 스태프, 미디어와 안전 요원 등 300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이 경기를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이어 ‘정말 기묘한 경험이었다. 경기장 앞 거리는 황폐했고 안전 요원들은 잠긴 개찰구 앞에 서있었다. (관중이 없어)등급별로 나눠진 좌석들이 보였다’면서 ‘축구였지만, 우리가 아는 축구는 아니었다’고 적막한 현장 분위기를 소개했다.                  

‘유관중’ 같은 ‘무관중’ 중계한 방송사

관중들의 함성은 축구 경기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특히 TV 중계로 보는 축구 팬들에게는 현장감을 배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EPL 중계 방송사인 스카이스포츠는 무관중으로 인해 적막해진 경기장 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스포츠 게임 제작사인 EA스포츠와 손을 잡았다.

약 30년 간 인기 축구 게임인 '피파' 시리즈를 제작해온 EA스포츠가 EPL 중계 방송사인 스카이스포츠와 손을 잡았다. EA스포츠는 스카이스포츠의 EPL 중계에 현장감을 더해주는 게임 속 관중들의 함성을 제공했다. EA스포츠 제공

약 30년 간 인기 축구 게임인 '피파' 시리즈를 제작해온 EA스포츠가 EPL 중계 방송사인 스카이스포츠와 손을 잡았다. EA스포츠는 스카이스포츠의 EPL 중계에 현장감을 더해주는 게임 속 관중들의 함성을 제공했다. EA스포츠 제공


약 30년 간 인기 축구 게임인 ‘피파’ 시리즈를 만들어온 EA스포츠는 해당 게임에 쓰이는 최첨단 음향 기술을 스카이스포츠에 제공했다. 덕분에 마치 유관중 경기를 하는 듯한 무관중 경기가 펼쳐졌다. 맨시티의 라힘 스털링(26·잉글랜드)이 선제골을 터트리자 TV 중계 화면에는 응원구호를 외치는 관중들의 함성이 흘러나왔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EA스포츠가 보유한 축구 경기장 관련 음향 자료는 무려 13시간 분량이나 된다. 응원 구호도 1,300여 종을 갖고 있다.                       

의료진 덕분에·인종차별 반대… 그라운드를 채운 사회적 목소리?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맨시티의 카일 워커(30· 잉글랜드· 왼쪽)과 아스널의 에디 은케티아(21·잉글랜드)가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맨시티의 카일 워커(30· 잉글랜드· 왼쪽)과 아스널의 에디 은케티아(21·잉글랜드)가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의료진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양팀 선수들은 유니폼 가슴팍 가운데에 파란색 하트 로고를 달고 뛰었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뜻이었다. 관중들 대신 관중석을 장식한 현수막에는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자는 응원과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가 담겼다.

최근 서구권 국가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도 동참했다. 경기 킥오프에 앞서 선수들과 심판진은 함께 잔디 위에서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했다. 인종차별 반대를 지지한다는 뜻에서 약 10초간 한쪽 무릎을 꿇었다. 선수들은 등에 등번호와 함께 이름이 아닌 ‘Black Lives Matter’ 문구를 달고 뛰었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경기 시작에 앞서 양팀 선수들과 심판진이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모습(위쪽 사진)과 등에 이름 대신 'Black Lives Matter'문구를 단 선수들. AP연합뉴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경기 시작에 앞서 양팀 선수들과 심판진이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모습(위쪽 사진)과 등에 이름 대신 'Black Lives Matter'문구를 단 선수들. AP연합뉴스


경기는 홈팀 맨시티가 3-0 완승을 거뒀다.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49·스페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백인들이 그 동안 흑인들에게 해온 일들이 정말 부끄럽다”라면서 “지난 400년 간 흑인들을 대했던 방식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맨시티의 흑인 공격수 스털링도 “우리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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