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교육부, 가정은 지자체…갈가리 찢긴 ‘학대 아동 정보’

입력
2020.06.19 01:00
수정
2020.06.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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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요, 피멍 든 동심] <중>헛도는 유관기관 협조

가정위탁통합전산시스템,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 입양정보통합관리시스템, 자립지원통합관리시스템,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아동학대 방지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등이 각기 사용 중인 전산망은 이렇게 많다. 아보전은 학대와 관련한 기록을, 교육부는 교육 관련 정보를, 지자체는 가정의 생활ㆍ의료 기록 등을 관리하는 식이다.

기관별 역할에 따라 아동 한 명에 대해 서로 다른 정보를 보유하지만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다.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탓이다. 지자체가 ‘아동학대 고위험군’으로 분류했어도 정작 초등학교 담임 교사는 알지 못한다.

최근 충남 천안시와 경남 창녕군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한국일보 16일자 10면)이 드러났다. 아동학대 감시ㆍ발견에 필수적인 관계기관 간 협조 체계가 갖춰지도록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정보공유 안 되고, 컨트롤 타워도 없어아동학대와 관련된 기관은 10여 곳이나 된다. 공공 부문에서만 교육부ㆍ보건복지부ㆍ여성가족부ㆍ지자체ㆍ경찰이 관여하고, 민간까지 넓히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컨트롤타워 없이 분절된 정책들만 내놓는 실정이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아동정책조정위원회가 있으나 상근 실무자가 없고, 2004년 이후 회의 횟수는 다 따져도 10번이 안 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부터 아동학대 관련 민간기관 7곳을 합쳐 아동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아동권리보장원’을 만들었지만 자문기구에 그쳐 실질적인 권한 행사엔 아직 한계가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9월 정부의 아동권리협약 이행 상황을 평가하며 “국가 데이터베이스 설립 및 사례 종합평가 측면에서 시급하게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 간 칸막이의 폐해는 보호대상 아동에게 돌아간다. 아동자립지원단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 보호종료가 된 아동의 약 40%가 연락두절로 사후관리를 못 받았다. 아동 보호는 쉼터 등을 운영하는 민간기관 역할이어도 사례 관리는 지자체로 이원화된 영향이 크다. 게다가 취약 아동에게 상담을 제공하는 ‘드림스타트’ 서비스도 만 14세가 넘어가면 중단된다. 이 사업은 복지부 관할인데, 만 14세부터는 아동을 담당하는 주무부처가 여가부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류정희 보건사회연구원 아동복지연구센터장은 “지금은 한 아동이 다양한 기관에 걸쳐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떨어져 있는 기관들을 통합해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통합 정책 내놨지만…“예산 문제로 답보”

정부도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미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해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아동 학대와 관련한 조사ㆍ사례 관리 업무 등을 지자체 아동복지과로 일원화하고, 인원 1,000여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간기관을 통합한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각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보유한 정보도 통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원 충원 계획은 3년 단위다. 내후년이나 돼야 조사ㆍ사례 관리 업무 일원화의 첫 발을 떼는 셈이라 너무 늦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익중 한국아동복지학회장은 “지자체 인력 충원은 2022년에야 모두 이뤄지는데 그 사이 아동학대 범죄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국가가 아동보호에 책임이 있는 만큼 시급히 통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도 아직 체계가 완벽히 갖춰진 게 아니라 각 기관별 정보 통합이 언제쯤 이뤄질 지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매년 조금씩 인원을 충원하고 있다”면서 “통합 체계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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