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효순ㆍ미선양 죽음 사과한 美 퇴역군인 “고통ㆍ슬픔 느껴”

입력
2020.06.13 09:00

 육군 대령 출신 앤 라이트, 18주기 추모제 앞두고 공개서한 전달 

 미 재향군인단체, 평화공원 조성 위해 성금 보내기도 

반미연대 시민단체 회원들이 효순, 미선양의 4주기를 앞둔 2006년 6월 13일 광화문 열린공원에서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2002년 미군의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신효순ㆍ심미선양의 18주기 추모제를 앞두고 미국의 한 퇴역 군인이 18년 전 사고에 대해 효순, 미선양의 유가족과 한국인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미 육군 대령 출신의 평화운동가 앤 라이트(Ann Wright)씨는 10일 재향군인단체인 ‘평화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은 효순ㆍ미선 평화공원 조성위원회(조성위원회)에 전달돼 12일 공개됐다.

그는 서한에서 “고대하던 한국 (경기) 양주에서 효순ㆍ미선 평화공원이 역사적 개장을 앞두고 이 특별한 기념식을 위해 모인 한국인 모두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며 “평화공원 건설의 작은 공헌자로서 우리는 이 기념식을 듣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평화재향군인회 측은 올해 초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조성위원회에 보냈다고 한다. 이에 평화공원 개장에 함께 기쁨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군 출신으로서 미군에 의해 발생한 효순, 미선양의 사고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며 사과했다. 라이트씨는 “한국의 두 10대 여학생이 때 아닌 죽음을 당한 것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는 큰 비극에 대한 여러분의 깊은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며 “미군 출신으로서 지난 75년 동안 미군이 한국에서 저지른 많은 범죄로 고통을 받아 온 효순, 미선양의 가족뿐 아니라 다른 한국인들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 육군 대령 출신 앤 라이트(왼쪽) 씨가 10일 효순ㆍ미선 평화공원 조성위원회에 축하와 사과의 뜻이 담긴 공개서한을 보냈다. 연합뉴스, 조성위원회 사이트 캡처

그러면서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보는 건 우리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2002년 6월 13일, 50톤짜리 미군 장갑차가 도로를 달리면서 발생한 효순, 미선이의 잔인한 죽음과 이후 미군재판소에서 3명의 대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은 많은 한국인 사이에서 정당한 분노를 불러 일으키며 촛불시위를 촉발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10개월 동안 촛불시위가 계속했다”며 “이러한 민중 운동은 한국에서 촛불시위라는 새로운 시위 문화가 탄생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또 라이트씨는 “우리는 모든 미군들이 한국을 떠나야 효순이와 미선이에게 완전한 정의가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며 “가까운 미래에 이런 날이 와 마침내 한국 국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영원한 평화 속에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며 “지금 당장 한국 전쟁을 끝내라”고도 말했다.

조성위원회는 13일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에서 효순·미선양의 18주기 추모제와 평화공원 준공식을 연다. 평화공원은 조성위원회가 모금 등을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사고 현장에 367㎡ 규모로 만들어 졌다. 미선양의 아버지 심수보씨와 효순양의 아버지 신현수씨는 준공을 앞두고 최근 평화공원 공사 현장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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