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의 어린이처럼] 사이시옷

입력
2020.06.12 04:3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세계적으로 가정 폭력 신고가 늘어났다는 뉴스가 전해지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오히려 신고 건수가 조금 감소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아했다. 아니나 다를까, 신고 건수가 줄어든 까닭은 자가 격리로 가해자와 온종일 집에 함께 있다 보니 신고할 기회를 찾기 어렵고, 극심해지는 폭력으로 신고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상황 때문일 수 있다 한다. 우리나라 가정 폭력 신고율은 고작 1%에 그친다니 더욱, 집에 갇힌 채 구조신호도 보내지 못하는 피해자의 상황이 아득해졌다.

올해 상반기 아동학대 의심 신고도 20%나 줄었다지만, 통상 아동학대 신고는 방학 기간에 줄고 학기 중에 늘어난다니, 정상 등교를 못하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게’ 학대받는 아동이 있을 걸 생각하면 숨 쉬는 일조차 죄스럽고 무겁다. 증명이라도 하듯, 차마 글로 옮기지도 못할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변화할 세계가 벌써부터 진단되듯 우리 각자는 불과 몇 달 전과 판이하게 달라진 세계를 나름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변화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핵심은 나와 너, 나와 세계가 연결되며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겠다. 나와 너 사이의 ‘사이시옷’이 어떠한 모습으로 가능하며, 어떻게 개인과 사회를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계속 질문하는 중이기는 하지만 몇 가지 점은 명료해진다. 우리는 결코 혼자서 존재하지 못하고 평소 알고 느껴온 것보다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우리가 서로의 ‘사이시옷’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대단한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 작고 연약하기 때문이라는 것. 각자의 작고 약한 정체성에 따라 나는 여성 폭력 피해자일 수 있는 한편, 아동 폭력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것. 가해가 아닌 연대를 선택할 때 결국 나 역시 내 옆의 ‘사이시옷’들로 안전하고 편안할 가능성을 확보받는다는 것. 그 ‘사이시옷’들에 대해 계속 곰곰 생각해본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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