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법대 동문 문재인 대통령

입력
2020.06.03 04:30
2018년 9월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법과대학 2학년 때 문화사를 수강했다. 그 과목을 맡으신 사학과 교수님은 추억담 하나를 언급하셨다. “내가 학생처장을 할 때 군부 독재정권이 집권했던 시절이라 학생들의 데모가 많았다. 그 무렵 운동권 중에는 나를 어용교수라고 비난하는 등 거칠고 무례한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데 여러분의 법대 선배 문재인 학생은 항상 예의 바르고 성품이 좋았다. 호랑이 같은 날카로운 눈초리에 호상을 가진 청년이었는데, 한 번도 결례를 저지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문재인이 구속되었을 때 너 나 할 것 없이 나서서 도와주었다. 아마 지금쯤 부산에서 변호사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당시 사람이 어떻게 생겼으면 호랑이 닮은 호상이라고 비유하나 의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7년 2월경 법대 출신 법조인 모임이 있었다. 저녁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에 문재인 대통령 후보도 참석했다. 어느 방송국에서 치열한 토론회를 마치고 오는 바람에 늦었다고 했다. 저녁을 못하였다며 뷔페 음식을 한 접시 가득 담아 와서 급히 식사를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방송에서 보니 여유도 있으시고 하여, 앞으로도 잘하실 것 같다고 축복해드렸다. 내가 변호사 시절 해남에 잠시 있었다고 하자, 과거 해남 대흥사에서 고시공부하였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대선 개표를 지켜보며 밤을 지샌 후 그 분이 당선자로 결정되자 일찍 출근하였다. 그리고 “문재인 동문(법대 72학번)의 제19대 대통령 당선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로 플래카드를 제작하여 법학관 앞에 걸도록 했다. 법대에서 최초로 나온 대통령이니, 그렇게 자축했다. 국회광장에서 화려한 취임식도 없이 당선 즉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취임 직후에 있었던 2017년 5·18기념식 때 계엄군에 희생된 유가족 김소형씨의 추모사에 눈물짓던 문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가서 안아주며 위로했다. 5월 광주의 모든 유가족과 함께 울며 그들의 아픔과 함께 한 장면이었다. 지금도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자들이 있는데, 1980년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는데 관여한 자들과 함께 그 행위에 마땅한 보응이 있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은 2018년 남북정상 회담차 평양을 방문하여 능라도 경기장에서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았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라는 연설을 하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 시민들을 상대로 민족의 동질성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의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대선 중에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집권하는 순간부터 정의와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정의와 공정은 추구할 이념이지만, 이 세상에서 완전히 실현되기는 어렵다.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데, 어떤 정책이나 공직자의 행적이 이 기준에 적합한지를 놓고 쟁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특권과 부패로 만연된 사회를, 정당한 노력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로 변화시키겠다는 방향은 공감된다.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었음에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높다. 이는 민족의 자존감을 해치는 아베정권의 무례함과 트럼프의 무모한 방위비 증액요구 등에 대하여 주권국가의 대통령답게 대처하고 있는 것을 지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은 총선에서 코로나 재난 상황 중에도 집권당을 지지하여 국난 극복에 대한 기대와 책임을 부여했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전제왕권 시대의 무책임한 변명에 불과하다. 오늘날 가난 구제는 정부의 몫이다. 현실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정도로 어렵지만, 결국 이 난관은 극복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특정 정파에 속해 있기에 모두에게 존경받을 수 없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기게 되기를 기대한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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