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오! 베트남] 참전국 악연서 미래 협력자로… 지뢰 제거는 한국ㆍ베트남 ‘상생 프로젝트’

입력
2020.06.04 04:30

<6>베트남전 지뢰와 한국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달 26일 지뢰가 제거된 베트남 중부 꽝빈성 동허이 지역의 농민들이 논에 씨를 뿌리며 농사를 짓고 있다. 동허이=정재호 특파원

베트남전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지뢰제거 사업은 이제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공동 이익’ 추구라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미래로 의제를 옮겨가고 있다. 과거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시혜를 베푸는 빈민 구제 차원을 넘어 사업을 장기적으로 이어가며 원조 지원ㆍ수혜국 모두 성장하는 새로운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ㆍ코이카)이 지뢰를 전부 제거한 뒤 추진하기로 한 ‘꽝빈성 평화마을 조성’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지뢰가 사라진 꽝빈성 5개 지역의 시범마을에서 우선 시행되는데, 관련 예산만 1,000만달러에 이른다. 지뢰 사업 전체 규모가 2,000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그저 생색내기용 애프터서비스(AS)는 아니라는 뜻이다.

평화마을에 선정되면 코이카와 꽝빈성 인민위원회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신규 영농ㆍ임업ㆍ수산양식 기술 등의 교육을 제공한다. 지역 특산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중간단계 유통을 담당하는 지역 경영체를 전문적으로 키워 소득 규모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 밖에 농촌 지역의 소액 융자제도를 활성화하고, 소규모 댐과 음용수 공급시설 등 농촌 필수시설 역시 폭넓게 구축된다. 코이카 측은 “꽝빈성에서 경험을 쌓아 메콩강 유역으로 평화마을 조성 범위를 점차 확대할 구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화마을 구축은 한국에도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원조 결과 발표 때 반짝 현지인들의 관심을 끄는 것과 달리, 상시적인 우호 여론 조성에 도움을 준다. 이미 22만여명의 베트남인이 지뢰 제거 사업의 직ㆍ간접적 혜택을 본 상황에서 평화마을 프로그램까지 무사히 정착되면 한국은 베트남에서 ‘진정성’이라는 무형의 소득까지 얻게 된다.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현지 진출 걸림돌 중 하나였던 베트남전의 아픈 역사가 반전의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평화마을이 성공해 메콩 유역까지 확산될 경우 한국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도 큰 무기가 될 전망이다. 메콩 유역은 중국ㆍ베트남 산업단지만 넘쳐나 최근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이 차세대 거점 지역으로 노리는, 이른바 ‘글로벌 핫 플레이스’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핵심 관계자는 “미ㆍ중ㆍ일에 비해 자금력과 국제사회 영향력에서 밀리는 한국은 현지화와 여론전에서 강점을 취해야 한다”면서 “평화마을 브랜드는 좋은 취지만큼이나 베트남은 물론 한국에도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징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허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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