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 쓰고 부흥회… 수도권 교회發 집단감염

입력
2020.06.01 17:34
회원 일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건물이 31일 임시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개신교 소모임을 통해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인천ㆍ경기지역의 소규모 교회들과 관련해서만 1일까지 최소 28명의 신종 코로나 환자가 새롭게 확인됐다. 개척교회들끼리 서로 기도회와 찬양회를 번갈아 진행하면서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교회 신자들이 참여한 원어성경연구회에서 감염된 확진자 중 사망자가 처음 발생했다. 지난달부터 종교 관련 행사와 소모임에서 확인된 집단감염 사례는 모두 6건(확진자 79명)으로 집계됐다. 이태원 클럽과 부천 물류센터발 집단감염의 큰불이 잦아들자마자 종교모임을 통해 잔불이 급속도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날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되는 수도권에서는 감염위험이 낮아질 때까지 성경공부나 기도회 등 모든 종교 관련 소모임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종교모임뿐만 아니라 결혼식, 집들이 등 소모임을 취소하기 어렵다면 공동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한편,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행사에 불참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는 도내 물류관련 시설과 콜센터, 장례식장, 결혼식장에 대해 14일까지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영업하도록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를 어길 경우 집합금지 조치를 내리는 한편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다. 인천시도 이날 관내 종교시설 4,234개소에 대해 전면 집합제한 조치를 내렸다.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관련 신규 확진자가 줄어든 사이 교회들을 중심으로 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전날 같은 시간보다 늘어난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35명으로 이중 30명이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사례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4명)와 조사가 진행 중인 사례(2명)를 제외한 24명 모두 교회와 관련이 있었다.

인천ㆍ경기 개척교회 관련자들의 집단감염은 이날 처음으로 당국에 의해 확인됐다. 역학조사가 진행되면서 관련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날 오후 6시까지 모두 28명이 확진판정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11개)ㆍ경기(2개)의 소규모 교회 13곳이 연관돼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열렸던 개척교회 목회자 성경공부모임 등이 주요 전파 경로로 추정된다. 21명의 환자를 확인한 인천시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28일 오후 6시 3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A교회에서 열린 부흥회 모임에 왔다. 이 부흥회에 참석한 부평구 소재 교회의 목사 B씨는 이날부터 발열 증상을 보여 30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인천시는 B씨가 확진되기 이전에 인천지역 신생 개척교회 등 10여곳을 다니며 성경 모임과 부흥회를 연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모임 참가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좁은 공간에서 큰 목소리로 기도와 노래를 하는 개척교회 부흥회의 특성상 비말이 더 멀리 퍼지면서 바이러스 전파가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장시간 소리 내 성경을 읽고, 찬송을 하다 보니 비말이 전파돼 신종 코로나에 노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군포ㆍ안양시 목회자 모임과 관련해 확진된 9명을 포함한 12개 교회 목회자와 가족 등 25명은 지난달 25일부터 2박 3일 동안 제주도를 여행했는데, 주로 이때 밀접접촉으로 전파가 이뤄졌다. 이들이 이용한 렌트차량 3대 가운데 1대에서는 탑승객 8명 중 6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1명의 역학조사 결과 확인된 접촉자가 159명에 이른다.

또 지난달 20일 서울 양천구 은혜감리교회 전도사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확인된 원어성경연구회 관련 환자집단 가운데서는 70대 남성 1명이 사망했다. 80대 여성 1명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위중한 상황이다. 사망자는 16일 증상이 발생했고 20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후 24일 치료 중 사망했다. 곽진 중대본 환자관리팀장은 이날 “다른 사망자들에 비해서는 증상 발생 이후 사망까지 이르는 경과가 좀 빠르게 진행된 면이 있어 기저질환이 있는지 조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주로 직장과 종교행사에서의 노출이지만 우리 주변에 집들이, 결혼식, 각종 친구들 간의 소모임이 굉장히 많다”면서 “가능한 한 모임을 자제하되 모임을 해야 된다고 하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수칙을 정확히 준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개인수칙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특히 밥을 같이 먹거나 대화를 해야 되는 상황들을 가능한 피해 비대면 모임의 뉴 노멀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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