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온라인 시험과 ‘빅브러더’

입력
2020.05.31 18:00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삼성그룹 공채 필기시험인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가 지난달 30일과 31일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삼성은 정확한 응시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예년 사례를 볼 때 수만명이 응시했을 것이다. 이틀간 4차례로 나눠 치렀는데, 시험문제 풀이는 1시간이지만 시험 전 응시 환경 세팅과 확인, 시험 후 답안 제출 및 문제 풀이 용지 확인 때문에 3시간 가량 걸렸다. 응시자들은 3시간 동안 고속 인터넷 환경이 갖춰진 혼자만의 공간과 ‘쿼드코어’ 이상의 고성능 PC, 응시 상황을 찍을 스마트폰을 마련해야 했다.

□ 시험 전 웹캠으로 응시 장소를 촬영해 감독관에게 부정행위로 의심받을 물건이 있는지 확인받았다. 또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설치한 후 PC 화면, 마우스, 얼굴 측면, 양손, 상반신이 보이도록 자신 좌측 후방에 놓아야 했다. 시험시간 물 마시는 소리, 반려동물 소리도 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감독관 1명이 응시생 9명을 원격 감독했는데, 9명이 동일한 구도에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행동은 쉽게 눈에 띄었다. 부정행위가 발각되면 5년간 삼성 채용 시험 응시 자격이 박탈되니, 수험생들이 느꼈을 압박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 우리나라의 온라인 시험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제 도입 단계지만, 미국은 대학 시험은 물론 변호사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를 만큼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시험감독 시스템도 발달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몸짓과 배경 소음까지 분석해 부정을 적발하기도 한다. 문제점도 늘고 있다. UC버클리대는 저소득층 학생이 필요 장비를 갖추기 어렵다며 온라이 시험을 금지했다. ‘빅브러더’ 논란은 더 복잡하다. 사적 공간과 개인 얼굴이 공개되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

□ 온라인 시험은 빠르게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다. 2018년 40억달러(약 4조9,000억원)였던 세계 온라인 교육시장이 2023년 210억달러(약 25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삼성 온라인 입사 시험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다른 기업들은 물론 머지 않아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러질 지 모른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로 제기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언택트 사회’를 향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계층간 불평등 확대 해결 방안과 사생활 보호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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