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한국판 뉴딜, 사람이 먼저다

입력
2020.05.30 04:30
코로나19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책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왔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것이다. 확진자들의 동선을 빈틈없이 추적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 없었다면 코로나 19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도 어려웠을 것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로 그나마 업무와 학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디지털 기술 덕분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위기의 극복을 위해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핵심도 디지털 분야에 대한 투자이다. 디지털 혁신이 미래의 희망이라고 한다. 21세기형의 새로운 사업들을 등장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한다. 소위 디지털 뉴딜이 코로나 19 이후 사회의 모색에서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정부나 공공기관의 사업 계획에 스마트와 디지털이란 용어가 빠지는 적이 없다. 디지털 워싱이 걱정되는 이유이다.

디지털 뉴딜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그린뉴딜의 주창자인 나오미 클라인은 재난을 기회삼아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기업의 탐욕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인권과 안전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독점하게 될 경우에 민주주의와 취약계층의 삶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적인 규제를 완화하고 디지털 기업들에 투자를 몰아주는 ‘스크린 뉴딜’은 대량해고와 인권의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디지털 기술은 양날의 검이다.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지만, 대량의 실업 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다. 직접민주주의를 꽃 피울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디지털 뉴딜의 양면성은 경제적인 측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은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한 가지 기술이 한 국가가 소비하는 정도의 전력 수요를 유발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으로 인한 전력 소비량은 싱가포르 전체보다 많고, 방글라데시가 쓰는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정보통신기술 분야가 2030년에 세계 전기 소비량의 51%를 차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를 차지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에 소모되는 전력 비중이 크다. 데이터 센터 하나가 지어질 때마다 도시 하나가 들어선다고 보면 된다. 물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될 경우 상쇄효과가 생길 수 있다. 국제 재생에너지 보급 추세를 보면 디지털 기술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에는 비관보다는 희망의 가능성이 더 크다. 새로운 일자리도, 에너지 문제의 해결도 디지털 기술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희망의 시나리오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디지털 뉴딜이 암울한 미래로 가느냐, 아니면 경제 위기와 환경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는 새로운 희망의 미래로 가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위기의 시기에는 큰 선택의 창이 열린다. 기회의 창이 될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어디에 투자를 할 것인가, 어떤 정책과 제도를 선택할 것인가가 미래를 좌우한다. 쉽지 않은 선택을 위해서는 분명한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디지털 뉴딜, 지속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디지털 문화의 발전, 인권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디지털 전환이 되어서는 안된다. 미래의 희망을 열어가는 디지털 혁명이 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사람과 환경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디지털은 수단이고 사람이 목적이다. 비대면 교육은 산업의 이익이 아니라 학생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원격의료 역시 환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디지털뉴딜이 디지털 워싱이 되지 않으려면 명심해야 한다. 디지털보다 사람이 먼저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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