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균형] 한반도 야생호랑이를 꿈꾸며

입력
2020.05.12 18:00
2018년 1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수컷 호랑이. 이 도로는 보르 호랑이보호구와 멜가트 호랑이 보호구를 가로지르고 있다. 도로로 끊긴 보호구들은 섬으로 전락하게 된다.

매년 꽃피는 4~5월은 로드킬이 집중되는 시기입니다. 영역경쟁이 일어나는 봄에는 수많은 고라니가 길 위에서 발견되지요. 하지만 로드킬은 고라니와 너구리처럼 흔한 동물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멸종위기종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도로생태학 연구는 주로 야생동물 로드킬이나 사고방지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번 연구는 방대한 영역에서의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전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20세기 초반 10만마리에 달하던 호랑이는 현재 성숙한 개체는 채 4,000마리도 야생에 남지 않았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남획과 서식지 소실, 먹이동물 고갈이 주요 원인이겠지요. 이중 인도 등의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주로 남아 있고, 아무르호랑이는 500여마리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들마저도 몇 년 안에 인류의 개발활동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는 도로 건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로는 먹이 고갈과 서식지 단절, 밀렵을 가중시키지요. 이미 2002년 야생동물보전협회의 아무르호랑이 연구는 이러한 우려를 전한 바 있습니다. 로드킬로 죽고 새끼들의 생존율이 떨어졌으며, 인간 방해로 인해 잡은 먹이조차도 제대로 먹지 못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미시간 대학의 생태학자 닐 카터 등의 연구진은 최근 구축된 도로 자료를 이용해 13개국에 걸친, 거의 116만㎢에 달하는 호랑이 서식지를 기존 및 계획 도로망과 그 잠재적 영향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호랑이 서식지 전체에 걸쳐 도로가 깔려있으며, 호랑이 개체군 회복에 중요한 서식지 구역인 핵심호랑이보전구역 내에 이미 13만㎞에 이르는 도로가 깔려 있었습니다. 도로망이 호랑이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도로 밀도, 가장 가까운 도로까지의 거리, 그리고 상대적 평균 종 풍부도를 계산했고, 장차 호랑이 서식지에 2050년까지 건설할 신규 도로 길이도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호랑이 서식지 내의 현 도로망은 호랑이와 먹이동물의 풍부도를 20% 이상 감소시켰고 특히 호랑이 주요 번식구역의 43%와 핵심호랑이보전구역의 57%가 도로로부터 5㎞ 이내에 있었으며, 이는 호랑이와 먹이동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만큼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호랑이핵심보전구역 내라 할지라도 비보호구역은 보호구역에 비해 평균 34%나 더 도로가 깔려 있었죠. 나아가 중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와 같은 사업으로 2050년까지 거의 2만4,000㎞의 도로가 추가적으로 핵심호랑이보전구역 안에 건설될 듯합니다. 현재 전 세계 호랑이 서식지는 2006년 이후 40%나 감소했습니다. 연구진들은 더 늦기 전에, 도로가 없는 지역을 유지하고, 현 호랑이 서식지 내에 도로 확충을 피하는 정책결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상징하는 호랑이는 중국 훈춘과 러시아에서도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그 수를 늘려 나가고 있으며, 이는 북한지역으로의 확산도 잠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통일을 계획하는 한반도 내에 경제개발도 중요하겠지만 야생 호랑이가 꿈꾸 듯 살아가는 균형 잡힌 통일한국도 함께 설계되길 조심스레 기대해봅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 관련 영상

1. 2019년 6월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주 나가르홀 국립공원 인근 도로에서 촬영한 도로 주변의 호랑이 영상. 호랑이 서식지 내 도로 개설은 호랑이와 같은 멸종위기종 로드킬을 일으키는 것 외에도 밀렵 증가와 ‘섬’처럼 고립된 서식지를 만들며, 먹이자원을 고갈시키고, 인간과의 충돌을 늘리게 된다.

2. 2019년 8월 중국 훈춘의 한 도로에서 발견된 어린 호랑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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