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와 표적] C-17 수송기, 장갑차 6대와 병력을 세계 어디든 12시간 내 파견

입력
2020.05.01 05:00

 전략ㆍ전술 수송기 장점만 결합 

 적재량 78톤, 운항거리 1만1600㎞ 

 이라크 공수작전 때 첫 전투 투입 

 美대통령 순방 땐 차량ㆍ장비 옮겨 

 코로나 환자ㆍ진단키트 등 운송 

 中 모방품 Y-20외엔 적수 없어 

 

 ※국제사회에선 ‘힘의 논리’가 목소리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한국일보>는 매주 금요일 세계 각국이 보유한 무기를 깊이 있게 살펴 보며 각국이 처한 안보적 위기와 대응책 등 안보 전략을 분석합니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군기지에서 3월 19일 공군 대원들이 C-17 수송기로 공수해온 코로나19 검진용 면봉을 하역하고 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지난 3월 17일 특별임무를 마친 미국 공군의 C-17 글로브마스터III 수송기가 테네시주 멤피스 국제공항 내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수송기 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의 핵심 구성품인 20㎝ 길이의 의학용 면봉 80만개가 실려있었다. 이튿날 희소식이 발표됐다. 데버라 벅스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제 하루 수만 건의 검사가 가능해졌다”면서 “향후 4~5일간 환자 수가 극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진단장비 부족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각국이 의료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국경을 닫아 버리는 등 공급망이 끊긴 탓이다. 궁지에 몰린 백악관은 군 수송기를 이탈리아에 급파해 현지 생산업체 코판(Copan)사로부터 직접 면봉 물량을 받아오기로 했다. 미 공군 공중기동사령부의 존 토머스 중장은 4일 화상 브리핑에서 “이날까지 C-17은 총 여덟 차례의 비행을 통해 400만개의 면봉을 공수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코로나19 검진 수요가 남아 있는 한 작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미 2사단 504 낙하산 보병연대와 1여단 82공수사단 소속 대원들이 1월 1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그래브 기지에서 이라크로 향하기 위해 C-17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어디든 12시간 안에 병력 투하” 

코로나19 국면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하늘의 짐꾼’ 수송기는 본래 전선에 물자와 병력을 원활하게 보급하기 위해 개발됐다. 특히 물량전ㆍ속도전이 생명인 현대전에 있어선 전투기나 폭격기 못지 않게 위상이 높아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이 승리에 공헌한 4대 병기 중 하나로 C-47 수송기를 꼽았을 정도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해외 파병 작전이 잦은 미국에는 수송기 전력이 더욱 중요하다. 미 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따르면 현재 미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수송기는 C-17과 C-130, C-5를 모두 합쳐 600여대에 이른다. 145대를 운용 중인 중국보다 4배 이상 많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군 수송기는 크게 전략수송기와 전술수송기로 분류된다. C-5와 같은 전략수송기는 대륙간 비행을 하며 대규모 인원과 물자를 수송한다. 이에 비해 전술수송기는 전투지역 내에서 비교적 짧은 거리를 비행하며 다양한 군사작전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기종은 C-130 허큘러스(Hercules)인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사용했거나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장점만 결합해 탄생한 것이 바로 C-17이다. 2차 대전과 냉전시대를 거치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른 미국은 1968년부터 C-130의 대체 기종 도입을 추진했다. 사실상 전 세계를 작전지역으로 삼는 ‘세계의 경찰’ 자리를 지키려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즉 ‘전략 수송이 가능한 전술수송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1981년 맥도널 더글러스사에 개발을 맡긴 미 공군은 1995년 1월 완성된 기체를 인계받아 첫 C-17 비행대대를 꾸렸다. 1997년부터는 맥도널 더글러스를 합병한 보잉이 생산해 왔지만 2015년 단종됐다.

미국은 C-17로 전 세계 어디든 12시간 내에 신속배치군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 지속운항거리가 1만1,600㎞에 달하는 C-17은 최대 적재중량이 78톤에 달해 육군 주력전차인 M1 에이브럼스 탱크 1대와 스트라이커 장갑차 3대, 혹은 M1117 장갑차 6대를 실어 나를 수 있다. 위급 시 다수의 부상자 후송도 문제 없어 전천후 수송기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대형 수송기임에도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길이 1,067m, 폭 27.5m의 활주로만 확보되면 안정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

10일 아프가니스탄의 코로나19 환자를 이동격리시스템으로 무사히 후송한 공군 대원들이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 도착한 C-17 후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군사-비(非)군사 작전 넘나드는 ‘팔방미인’ 

전투 현장에 C-17이 본격 투입된 건 이라크전쟁부터다. 2003년 3월 26일 한밤중에 실시된 북부 지연 작전에서 1,000여명의 미 공정부대원이 공정 강하를 실시한 게 첫 공수작전이었다. 이후 C-17은 아프가니스탄전쟁, 대(對)테러 임무 등에 투입되며 미 공수부대가 반나절 안에 지구 반대편에서 긴급 작전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기동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C-17은 미국 대통령의 해외순방길도 함께한다. 현지에서 사용할 대통령 전용 리무진인 ‘비스트’와 전용헬기 ‘마린 원’, 그 외 경호 차량과 장비 등을 운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 대통령이 직접 탑승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C-17도 미국 대통령 전용기를 의미하는 ‘에어포스 원’으로 불리게 된다.

이 외에 각종 재해재난 현장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2010년 아이티 지진, 2011년 파키스탄 신드주(州) 홍수 때 생필품과 의료품 등을 수송하며 구호활동에 참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미국 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영국ㆍ호주ㆍ인도 등 C-17을 도입한 많은 국가들이 자국민 수송이나 의료용품 확보, 피해국에 대한 의료진ㆍ물품 지원 등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C-17에 이동격리시스템(TIS) 시설을 설치, 아프가니스탄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 3명을 6,437㎞ 떨어진 독일 람슈타인 기지까지 안전하게 후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미 국방부가 12일 밝히기도 했다. 해당 작전에는 C-17 한 대와 TIS 장비를 다루는 승무원, 감염병 전문의, 의료진 등으로 구성된 특수부대가 투입됐고, 환자들은 독일에 도착한 뒤 인근 민간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 공군이 소속 항공기로 환자를 이동시킨 첫 사례이자, 2014년 에볼라 사태를 계기로 개발된 TIS를 실제 작전에 적용해 얻은 첫 성과였다.

중국의 장거리 전략 수송기 Y-20. 신랑군사망 캡처

 ◇C-17 본뜬 중국 Y-20이 최대 라이벌 

대형 수송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되는 C-17의 아성에 대적할 만한 건 이를 모방해 만든 중국의 Y-20 정도다. Y-20은 중국이 처음 독자 개발한 전략수송기로 2016년 6월 실전 배치됐다. C-17을 직접 겨냥한 기종답게 외형과 크기가 닮았고 적재중량과 지속운항거리는 각각 66톤, 7,800㎞로 조금 못 미친다. 그러나 C-17이 단종되면서 현재 생산되는 수송기 중 최대 규모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글로벌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이 미국급 수송기 전력 구축을 위해 애쓰고 있다”며 “다양한 군사작전에 활용될 수 있어 스텔스기나 항공모함보다도 위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중국 역시 수송기 전력을 십분 활용했다. 1~2월에만 4차례에 걸쳐 30대의 수송기를 동원해 후베이성 우한에 의료진과 물자를 공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Y-20도 처음으로 비군사작전에 동원돼 눈길을 끌었는데, 자국산 군용기의 성능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은 더 나아가 Y-20을 공중급유기로 개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Y-20 배치로 중국군의 원거리 전력이 대폭 강화되면서 미중 간 아시아ㆍ태평양 패권 경쟁은 한층 팽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무기와 표적
한국일보 뉴스 네이버 채널 구독하기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1,324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